이승철 "靑, '비서실장 '언급하며 보수단체 지원 재촉"(종합)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이균진 기자 =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화이트 리스트' 관제시위 주도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1.2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대기업 자금으로 친정부 시위에 특정 보수단체를 동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경련 관계자가 청와대에서 비서실장의 관심사안이라고 하며 강압해 어쩔 수 없이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이승철 전 전경련 부회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24일 열린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부회장은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지정한 특정단체에 대해 자금지원 요구를 받았냐"는 검찰 측 질문에 "그렇다"며 지원대상 단체와 금액과 관련해 전경련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일방적 통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부회장은 "청와대의 일방적인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지원한 것이다"며 "기업, 정부와 관계가 원활해야 하는데 이행하지 않았을 때 부정적 기류가 형성되면 경제정책 등에서 불이익이 예상돼 어쩔 수 없이 따랐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회장은 전경련이 청와대의 통보를 바로 따르지 않고 지원계획을 유보하자 신동철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언급하며 지원을 재촉했다고 털어놨다.


이 전 부회장은 "(신 전 비서관이) '요청한 단체에 대한 지원을 빨리 해줬으면 좋겠다. 비서실장이 직접 챙기시는 관심사다. 머뭇거릴 때 아니니 빨리 조치를 취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 전 부회장은 "처음에는 잘 이해를 못하고 있다가 그 정도까지 얘기하는 걸로 봐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실장이 직접 챙기는 관심사안이라는 말은 전경련 근무하면서 처음 들어본 말이라 안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또 "특정단체에 거액을 지원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전경련에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냐"는 검찰 측 질문에 "외부 지원 자체가 대외비였고 청와대의 요구사항이라 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허 전 행정관 측 변호인은 "자발적으로 지원했다고 진술했다가 번복했다"며 "다른 전경련 관계자들과 조사받기 전에 상의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에 "사실관계에 대해 회의를 해보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얘기와 못하는 얘기를 대충 이해하게 된다"며 "특검에서 조사받은 이후 전무나 상무도 조사받았다. 사전에 그런 문제에 대해 대화할 시간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 부회장은 보수단체들이 지원 관련 문서를 작성해 제출하지도 않고 지원을 요구해 답답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또 박준우·조윤선 전 정무수석을 만나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고 말했다. 2014년 11월에는 기초교육을 해달라는 정무수석의 지시로 보수단체를 대상으로 역량강화 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박 전 수석과 만남에 대해 "모 단체가 문제가 많다고 실무진이 그러니 다시 검토하면 좋겠다고 했더니 '지난 대선 때 우리 도와준 단체다. 무슨 뜻인지 알겠지만 내년에 다시 보자'고 해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 측이 "꼭 지원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나"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이 전 부회장은 조 전 수석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말하지는 않았던 것 같고 나름대로 하고 있는데 단체들이 불만을 제기해 중간에서 매우 힘들다, 이해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또 "조 전 수석이 이미 알고 있다는 취지로 반응했나"라고 검찰 측 질문에 "많이 도와줘서 감사하다고 해서 그게 그 뜻인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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