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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 순간에 석기시대... EMP쇼크, 닥쳐야 대응할건가

[the300]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기고 머니투데이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입력 : 2018.01.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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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 순간에 석기시대... EMP쇼크, 닥쳐야 대응할건가
‘EMP(전자충격파) 공격’이 영화와 게임 속 세상을 찢고 현실 세계로 나올 태세다. 강력한 전자기파를 방출해 한 순간에 통신, 전자기기, 첨단 무기를 일시 먹통 시키는 EMP 무기는 오래 전부터 게임 스타크래프트, 영화 매트릭스, 미국 소설 ‘1초 후’ 등 문화콘텐츠 속에서 갈등과 흥미를 증폭시키는 ‘극적 장치’로 사용돼 왔다.

최근 개봉한 영화 ‘강철비’에서 북한 군부는 쿠테타를 일으켜 핵무기를 장악한 후 한국 상공에서 핵미사일을 터트리는 전략을 세운다. 핵폭발 시 나타나는 EMP로 모든 전자기기를 마비시킨 뒤 땅굴을 통한 남침하겠다는 거다. 블랙아웃으로 아비규환 된 사이, 국민과 주한미군을 볼모로 미국과 협상을 하겠다는 영화 속 북한 군부에 지난 9월 김정은의 ‘EMP 공격’ 위협이 겹쳐보였다.

지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를 앞두고 우리의 EMP 공격 방호를 점검하며 황망함을 느꼈다. 대책도 실행도 전무했다. 민간 통신망은 고사하고 전국 원자력 발전소와 변전소 등 주요 국가 시설 모두 EMP 방호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심지어 전시에 대통령이 지휘하는 비상통신망인 ‘국가지도통신망’ 조차 EMP 공격에 무방비상태였다. 95개 거점 중 3곳만이 EMP 차폐 시설을 구축 중이며, 나머지 92개 거점은 예산조차 반영되지 못했다.

국가 최후의 보루인 비상통신망의 보안 수준이 이런데도 관계자들의 반응은 대수롭지 않았다. '설마 EMP 공격이 일어나겠나', ‘어차피 핵이 터지면 다 죽는다'는 반응에서는 안일함이 느껴졌다. 사안의 심각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EMP 충격기를 직접 만들어 국정감사장에서 시연했다. 출력 주파수를 최대한 낮췄음에도 휴대폰은 일시 먹통이 됐다. 많은 국민들이 EMP 공격이 더 이상 가상의 이야기가 아님을 알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 의회는 일찍이 2000년부터 EMP 위원회를 결성, 지난 17년간 EMP 공격 위협에 대비했다. 게다가 최근 미국 상·하원 합의로 국방수권법안(NDD)에 EMP 위원회 부활이 포함됐다. 향후 20년간 위원회는 EMP 공격 가능성에 대해 정기적으로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우리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국가가 나서서 민관을 이끄는 EMP 방호대책이 필요하다. 통신, 토목, 전자, SW 등 모든 기술이 총망라되는 EMP 차폐 시설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모든 민관시설을 완벽히 방호할 수는 없다. 위협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 아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방호 대책은 단계적으로 실행돼야 한다. 먼저 관련 정보통신시설의 현황을 조사해 EMP 대책의 적용 필요성을 분류해 적용 범위를 선정해야 한다. 우선순위에 따라 완벽한 방호를 목표로 할지 신속한 복구를 목표로 할지 결정한 후 그에 맞는 보호 대상 장비를 선별하고 투자해야 할 것 이다.

국정감사 이후 꾸준한 문제 제기를 통해 올해 처음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EMP 사업 예산 22억이 반영됐다. EMP 방호 우선대상 선정기준, 취약성 분석 지원 등 사실상 EMP 방호의 기반을 다지는 사업이다. 민간 분야 주요기반시설에 대한 EMP 방호 대책은 이제 첫 걸음마를 뗀 셈이다. 정부가 국가 안보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제대로 수행해나갈지 감시해야 한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는 ‘설마’ 하는 불감증, 혹은 ‘어차피’ 라는 나태함에 빠져서는 안 된다. 국민을 지키기 위해 아무나 못하는 일,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핵·비핵EMP야 말로 핵무장한 북한이 언제든 꺼낼 수 있는 가장 현실성 있는 카드다. 정부가 최대한의 피해를 가정해 국가주요시설을 방호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국민이 국가에게 기대하는 안보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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