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평창올림픽 직후 MB 소환…"폐막식 초청 미정"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의혹 수사 등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2018.1.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소환시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전 소환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이 전 대통령 일가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데다 무더기로 발견된 녹취록, 압수수색 자료분석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올림픽 폐막 이후 소환조사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경과를 예의 주시하며 평창올림픽 폐막식 초청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올림픽 기간 중 소환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폐회 직후가 유력한 만큼 이 전 대통령이 폐막식에 참석할지도 미지수다.

◇특활비·다스 수사 급물살…올림픽 전 소환 가능성은 낮아져

현재 검찰은 Δ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Δ다스(DAS) 실소유 Δ민간인 불법사찰의 3갈래 수사로 이 전 대통령을 옥죄고 있다. 시점의 문제일 뿐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직접조사를 회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검찰은 국정원 특활비 수사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50)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구속·67)으로부터 특활비 청와대 상납 진술을 확보했고, 'MB 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78)과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52)을 구속했다.

다스 수사도 김성우 전 사장과 채동영 전 경리팀장 등 다스 핵심인사들이 이 전 대통령의 관여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활기를 띄고 있다. 다스 수사팀(팀장 문찬석 부장검사)은 다스 및 관계사·관련자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에 착수한데 이어 이상은 회장의 아들 이동형 부사장을 소환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최근 다스 내부자 A씨로부터 2016년부터 이시형·이동형씨와 가진 통화 녹음파일 수백건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녹음파일이 이 전 대통령과 다스 관계를 설명해줄 '스모킹건'이 될지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이 전 대통령 소환조사가 임박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83)이 건강을 내세워 검찰 조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등 이 전 대통령 일가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추가조사 필요성이 지적된다.

아울러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무마를 위해 국정원 특활비를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구속영장 기각도 타격이다. 장 전 비서관의 당시 직속상관이었던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조사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다스 녹취록 및 압수수색물 자료분석, 국정원 특활비 및 다스 관련인 진술의 추가확보도 필요한 만큼 최종 윗선으로 지목되는 이 전 대통령 소환조사가 동계올림픽 전 이뤄질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특히 전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올림픽 도중에 전직 대통령 조사가 진행되면 국격 훼손을 피할 수 없고, 보수야당의 극심한 반발로 국론분열이 예상된다는 점도 올림픽 기간 중 소환조사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월말 통보, 3월초 소환조사 가능성↑

전직 대통령 조사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여러 번 소환하기 어렵다. 때문에 검찰은 올림픽 기간 중에는 측근 진술과 자료확보 등 최대한 주변조사를 이어가며 수사망을 촘촘히 다듬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29일 이 전 대통령 소환조사 시점과 관련해 "수사 과정에서 누구를 언제 소환하거나 이런 방침이 정해진 바 없다"며 "조사할게 많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이 전 대통령 소환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올림픽 폐회 직후 소환조사가 유력하다. 때문에 정부도 이 전 대통령을 폐막식에 초청할지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는 "IOC와 공유하는 국내외 VIP 초청 리스트가 있는데 이 전 대통령은 그 리스트에는 들어가 있지만 초청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일부 고위인사들에게는 폐막식 초청장이 발송됐다"고 밝혔다.

검찰이 평창올림픽 직후 소환조사를 진행한다면 전례에 비춰볼때 '2월말 통보, 3월초 소환'이 유력해 보인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혔다가 입장을 뒤집고 세 차례나 대면조사를 거부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면조사까지 보이콧한 박 전 대통령은 파면 이후에야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소환에 응했다.

특수본은 지난해 3월15일 박 전 대통령에게 3월21일 소환조사를 통보했다. 엿새의 여유를 준 셈이다. 다스 실소유 의혹 및 국정원 특활비, 민간인 사찰을 수사 중인 검찰 역시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소환 일주일쯤 전에는 날짜를 통보할 가능성이 높다.

평창올림픽은 오는 2월25일 폐막한다. 검찰이 폐막 직후 이 전 대통령에게 소환을 통보하고 일주일 정도의 여유를 준다면 3월초 소환조사가 유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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