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해외 M&A 실탄 두둑…외화채권 발행 사상 최대

일본 회사채 금리와 미 국채 금리 스프래드 추이를 보여주는 블룸버그-바클레이즈 인덱스/자료=블룸버그

일본 법인이 발행한 외화표시 채권이 사상 최대로 늘었다. 일본 기업들이 해외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있는 풍부한 실탄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30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기업과 정부기관 등은 총 867억달러(약 93조원)어치 외화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전년 대비 21.4%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다. 소프트뱅크, 아사히그룹 등 일본 대기업들이 외화채권 발행에 동참하며 총 발행규모가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는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1월 일본 법인의 외화채권 발행액은 같은 달 기준으로 최근 7년 새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일본 기업들이 해외 기업 M&A에 나설 풍부한 자금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미조부치 마사야 미즈호증권 글로벌 채권 자본시장 대표는 "외화채권 발행은 일본 기업이 M&A 등 성장전략을 수행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추가적인 자금조달원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들의 외화채권 발행이 늘어난 건 우선 시장 환경이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은 10여 년 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해외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블룸버그-바클레이즈 지수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의 회사채 금리와 만기가 같은 미국 국채 금리의 차이(스프레드)는 평균 87bp(1bp=0.01%포인트)로, 1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일본 회사채에 대한 '인기' 덕에 이 같은 저금리 발행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나카조라 마나 BNP파리바 애널리스트는 "현재 시장 조건은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하려는 일본 기업들에게 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투자처를 계속해서 찾을 것이고 이 때문에 일본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기업 회사채를 사려는 이들이 많을수록 일본 기업들은 더 적은 금리를 제공하고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여기에 올해 중 엔화 강세가 가세할 경우 일본 기업들이 해외 M&A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 외화채권 발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엔화 가치가 오르면 일본 기업들 입장에선 보통 달러로 매기는 해외 기업 인수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엔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며 일본 기업의 해외 M&A가 주춤한 편이었으나, 올해는 달러 약세로 엔화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초 117엔에서 현재 108엔대로 떨어진(엔화 가격 상승) 상태다.

동시에 일본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수년 전부터 꾸준하다. 자국의 노령화와 위축된 내수 시장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 사업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다.

시노하라 미노루 노무라홀딩스 투자은행 글로벌 대표는 "일본 기업들이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외화채권을 발행해야 할 매우 강력한 필요를 갖고 있다"며 "일본 기업들의 외화채권 발행이 올해 더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