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직격탄' 아모레 작년 영업익 32.4%↓…11년만 역성장

아모레퍼시픽 (142,200원 ▲500 +0.35%)그룹의 성장세가 꺾였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나란히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2006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이후 역성장의 기록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매출이 6조291억원, 영업이익이 731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0%, 32.4% 만큼 감소했다고 31일 밝혔다. 같은기간 당기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39.7% 떨어진 4895억원을 기록했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매출은 5조1238억원, 영업이익은 5964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했을 때 각각 9%, 30% 하락했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라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이 줄어든 탓이다.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에스쁘아 등 로드숍을 기반으로 하는 계열사들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에뛰드하우스의 영업이익은 42억원으로 전년 대비 86%나 떨어졌다. H&B(헬스앤뷰티)스토어의 확장세에 밀린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16년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서며 신기록을 썼지만 지난해 성적이 이에 미치지 못한 데 따라 올해 실적 개선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활로를 해외시장에서 찾겠다는 입장이다. 에뛰드하우스는 오는 2월 쿠웨이트, 3월 두바이에 첫 매장을 내고 중동시장 공략에 나선다. 라네즈의 호주 세포라, 마몽드의 미국 얼타(ULTA) 입점도 눈앞에 두고 있다. 헤라는 오는 4월 싱가포르에 진출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에도 각국에서 고객 접점을 확대한 바 있다. 5대 글로벌 브랜드(설화수·라네즈·마몽드·이니스프리·에뛰드하우스)는 아시아에서 신규 매장을 거듭 열었고, 이 중 설화수는 프랑스 백화점에 입점하며 유럽 진출의 신호탄 역할을 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 영향에 따른 상권 위축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역성장했다"며 "올해 실적 개선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해외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인프라 개선 등 혁신활동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모레퍼시픽그룹과 화장품 업계 1·2위를 다투는 LG생활건강 (392,000원 ▲9,500 +2.48%)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13년 연속 견고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두 기업은 지난해 사업구조 탓에 희비가 갈린 것으로 분석된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 등으로 사업부문을 다각화해 '사드 직격탄'을 피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이 6조2705억원, 영업이익이 930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9%, 5.6%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6185억원으로 같은 기간 6.8%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