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실수 반복 안해" 트럼프 강경론, 평창 어깨 무겁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취임 후 첫 국정연설을 마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타락한’ ‘무모한’ ‘잔인한’ 독재정권이라고 비판하며 북한에 대해 최대의 압박을 지속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또 “경제적 굴복의 시대는 끝났다”며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주의 무역 공세를 공식화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무드 전환을 기대하는 한국이 변함없는 미국의 대북 강경론을 마주한 셈이다. 최근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전지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등 고강도 통상압력도 숙제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미 의회에서 발표한 연두교서에서 “북한의 핵무기 추구가 조만간 우리 본토를 위협할 수 있다”며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의 압박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의 경험은 안주와 양보는 단지 침략과 도발을 가져올 뿐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며 “나는 우리를 이같은 위험한 상황에 빠뜨린 과거 정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북한에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정권도 북한의 잔인한 독재정권보다 더 철저하고 잔인하게 자국민을 억압하지 않는다”며 북한 인권문제도 정면으로 제기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지난해 6월 미국으로 돌아온 지 며칠 만에 숨진 버지니아대 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을 소개했다. 탈북자 지성호씨의 사연을 소개하며 “그의 얘기는 자유롭게 살고 싶은 모든 인간 영혼의 갈망에 대한 증거”라고 말했다.


한국이 관련된 또다른 표현은 무역·통상 부문에 포함됐다. 그는 “우리 기업과 우리 일자리, 우리의 국가 부를 빼앗아가던 수십년간 불공정 무역거래의 페이지를 넘겼다”며 “나쁜 무역협상을 고치고 새로운 협상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켓맨’ ‘리틀보이’ 등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조롱하지는 않았다. 대북 군사옵션 가능성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대압박 지속 카드로 강경함을 드러냈다. 최근 일련의 조치들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을 철회했다.

빅터 차는 대북 강경파로 분류되는데 그의 낙마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와 대북 접근법에 시각차가 있는 것 아니냔 관측이다. 또 미국은 지난주 외국산 가정용 세탁기와 태양광전지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 연두교서는 추가적인 무역제재에 나설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다. 일각에선 남북 단일팀 논란에서 보듯 대북 접근에 대한 국내 여론의 전폭적 지지가 없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트럼프의 대북 강경론을 논평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봤다. 통상부문에 대한 우리측 반응이 양국 협상에 미칠 영향도 고려 대상이다.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주목하면 결국 ‘평창’의 중요성이 커진다. 평창올림픽을 문재인 대통령의 바람처럼 한반도 평화의 계기로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지워진 셈이다.

이상환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그동안 ‘로켓맨’ 등의 언급이 북한을 겨냥해 엄포를 놓는 압박 수단이었다면 이런 조치들과 결합된 연두교서의 표현은 보다 분명하게 ‘북한의 선택에 달렸다. 미국도 계획이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부정하면 협상이 어려워지고, 북한은 이것을 봉쇄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북·미간 다리를 놓고자 하는 우리로서는 어쨌든 평창을 계기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