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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를 '쪼개야' 하는 이유

[TOM칼럼]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실 |입력 : 2018.02.01 06:30|조회 : 7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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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현재 통신판매업체로 등록된 국내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는 주식시장에 비유하면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증권회사의 세 가지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 거래 중개를 하면서도 가상통화와 고객 예치금을 전부 관리한다.

이 때문에 여러 문제점이 야기되고 있다. 특히 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크게 훼손하고 블록체인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첫째, 허술한 보안시스템 문제다. 국내 거래사이트는 금융업이 아닌 통산판매업자로 수수료 몇 만원만 내면 쉽게 사업자등록이 가능하다. 은행이나 증권사처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설립 시 일정 이상의 자본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규제도, 전산시스템이나 보안장치에 대한 규제도 없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거래사이트들이 1000만~5000만원의 자본금으로 회사를 설립해, 현재 70여 곳이 우후죽순 난립해 있다. 따라서 은행이나 증권사와 같은 수준의 보안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이렇다 보니 해킹 위험에 늘 직면해 있다.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거래사이트 10곳에 대한 보안 점검·개인정보보호 실태 조사 결과 조사대상 업체들 모두 해킹이나 개인정보보호 유출 등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6일 일본 최대 거래사이트인 코인체크(Coincheck)에서도 5700억원 상당의 가상통화 해킹 사건이 발생했는데, 취약한 보안시스템 탓이었다. 해킹 당한 코인은 ‘핫 월렛’에 보관돼 있었는데, 코인체크는 “기술적인 어려움과 인력 부족으로” 보안성이 높은 ‘콜드 월렛’에서 관리하지 못했다.

스타트업 수준의 영세한 거래사이트가 수백에서 수천억원의 거액이 드는 보안시스템을 갖추기는 불가능하다. 또 그렇게 요구하는 것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다. 대신 고객 예탁금은 외부 금융기관에 맡기고, 가상통화는 주식시장의 예탁결제원과 같은 기관(가칭 코인예탁원)을 설립해 한 곳에서 집중 보관토록 하는 게 보다 경제적이다.

그러면 거래사이트가 일일이 보안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들어가는 중복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고, 코인예탁원 한 곳의 보안시스템만 보강하면 훨씬 효과적으로 해킹 위협에 대처할 수 있다.

따라서 가상통화 거래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현재의 거래사이트는 쪼개야 한다.

둘째, ‘깜깜이’ 거래 내역 문제다. 현재 거래사이트는 거래 중개와 가상통화 보관·관리를 함께 하다 보니 불법 내부거래와 자전거래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거래사이트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없어 비리가 적발돼도 처벌할 권한이 없는 상태다.

지난해 6월 국내 최대 거래사이트 빗썸에서는 사외이사 개인 PC에 저장된 3만여명 가입자 정보가 해킹됐다. 왜 사외이사가 가입자 정보를 개인 컴퓨터에 갖고 있었는지 의문이며, 내부자 거래 의심마저 받는다.

해외 시세보다 20~40%씩 높게 형성되는 국내 가상통화 거품가도 ‘깜깜이’ 거래 내역과 깊은 관련이 있다. 자동봇에 의한 시세조작 의혹도 결국 ‘깜깜이’ 거래 내역을 조사하면 밝혀질 수 있다.

해외 ‘통화경제학저널’(Journal of Monetary Economics) 1월호에 실린 논문에서도 “지난 2013년 말 두 달간 비트코인 해외 시세 급등은 누군가 두 개의 자동봇을 이용해 시세를 조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국내 거래사이트도 이 같은 의혹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때문에 가상통화 거래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결국 거래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선 지금의 거래사이트는 쪼개져야 한다.

셋째, 블록체인 산업 발전 지연 문제다. 현재의 거래사이트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가상통화를 거래 중개하는 업체일 뿐 블록체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지난 26일 국내 주요 거래사이트가 중심이 돼 한국블록체인협회를 공식 발족했지만, 사실 거래사이트연합회라 명명하는 게 맞다. 거래사이트들은 지난해 가상통화 거래 급증으로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벌었지만, 이를 블록체인 산업 발전이나 기술 개발에 재투자하지 않았다.

현재의 거래사이트를 쪼개서 거래 중개업과 가상통화업을 분리하게 되면, 주식시장에서 증권회사와 같은 기능을 하는 가상통화업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핀테크 분야에 집중 투자할 수 있다. 지금의 거래사이트 체재로는 블록체인 산업 발전과 활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8년 1월 31일 (19: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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