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개호 출마 만류한 與, "경쟁력있는 원외 인사가 바람직"(종합)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6·13지방선거 후보군을 놓고 고민이 깊다. 출마 의사를 밝힌 현역 의원들이 많은 탓에 자칫 제1당의 지위를 자유한국당에 넘겨줄 수 있어서다.


4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의 광역단체장 출마가 예상되는 곳은 서울시장을 비롯해 부산시장, 인천시장, 경남지사, 전남지사 등이다. 후보로 거론되는 현역의원만 줄잡아 10여명이다.


당 지도부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현 여소야대 정국에서 당장 현역 의원 한명이 줄어드는 건 향후 정국 운영에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보다 4석 적은 한국당이 돌풍을 일으키거나 예측 못한 변수가 발생하면 국회 내 최대 의석수 정당은 한국당이 될 가능성도 있다. 차기 국회의장은 물론 국회의원 의석수에 따라 배정되는 선거 기호도 달라질 수 있다.


민주당은 이런 상황을 감안, 최근 이개호 의원의 전남지사 출마를 만류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원외 후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주인공이다. 김 장관은 전남 완도 출신으로 1977년 제21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강진군수, 완도군수, 목포부시장, 전남 행정부지사를 거쳐, 18∼19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민주당의 조직관리 업무 등을 총괄하는 이춘석 사무총장은 최근 김 장관과 비공개 회동을 했다. 당 지도부가 사실상 전남지사 후보 교체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내부에서 전남지사 후보로 이 의원 대신 김 장관을 교체카드로 띄운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중량감 있고 경쟁력을 갖춘 원외 인사가 있는 곳엔 현역 의원들이 나가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개호 의원 등은 이런 당의 입장에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전남도당 위원장도 맡고 있는 그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도당 위원장직 사퇴도 공식 표명한 상태다. 이 의원은 지난 1일 전남도당에서 열린 제11차 상무위원회에서 "당헌당규에 따른 지방선거 출마 시도당 위원장 사퇴시한인 9∼13일 사이에 도당 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전현희 민주당 의원(강남을)은 이날 "서울 강남의 지지를 받는 유일한 민주당 후보이자 강남권에서 가장 많은 표를 가져올 수 있는 제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의 압승을 보여주겠다"며 6·13지방선거 출마 선언을 했다. 전 의원 역시 현역 의원이지만, 박원순 시장 등과 당내 경선 이후 의원직을 사퇴하면 되기 때문에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전 의원은 "지금 민주당 모든 후보들이 강남권에서 취약하다"며 "강남권에서 표를 받지 못한다면 확실한 압승을 거두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지지도 1위인 박원순 시장과 강남권에서 투표를 했을 때 대부분 전현희가 이긴다고 할 것"이라며 "민주당의 확실한 승리, 필승카드의 책임감으로 여기에 섰다"고 덧붙였다.


전 의원은 8년전 사례를 언급하며 본인의 강점을 설명했다. 그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후보와 한명숙 후보가 붙었는데, 한 후보가 서울 전 지역에서 이겼지만 강남 지역에서 패배해 선거에서 지고 말았다"며 "강남의 지지를 확보해야 서울 시장 선거의 압승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내 유력 서울시장 후보 중 한명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전 의원은 "서울시장 자리가 대권으로 가는 디딤돌이나 징검다리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박 시장이 만약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당장 (대권을)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