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여정 '파격' 방남 의미는…김정은 친서 가져오나

지난 3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제5차 당 세포위원장 대회 축하공연 관람 사진에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붉은 원)이 김정은 및 노동당 부위원장들과 관람석 같은 줄에 앉아 있는 모습(노동신문) /사진=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차 방남한다. 김일성 주석의 일가인 이른바 '백두혈통'의 방남은 6·25 전쟁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북한 고위급대표단 구성에 대해 의미있게 구성됐다며 긍정 평가했다.

통일부는 7일 오후 "북한이 오늘 통지문을 통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윈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 명단을 통보했다"며 "3명의 단원은 김여정 제1부부장과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리택건과 김성혜 등 16명의 보장성원과 기자 3명도 포함됐다.


김여정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설은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북한은 대북제재로 결의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으로서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과 나아가 북미협상까지 모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의 최측근인 김여정의 등판은 북한이 평창올림픽 '흥행'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극적인 카드로 꼽혔다.

특히 김여정이 지난 5일 평양역에서 열린 북한 예술단의 환송 행사에 박광호 당 선전선동부장 등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며 고위급 대표단에 포함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당시 김여정의 환송행사 참석은 예술단 방남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각별한 관심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럼에도 김여정의 방남 결정은 파격적이란 평가다. 김정일과 고영희 사이에 태어난 김여정은 김정은 위원장의 유일한 혈육으로, 김정은의 각별한 총애를 받아 북한의 실질적 권력서열 2위라는 평가도 받는다. 특히 지난해 10월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오르면서 선전선동부 부부장에서 제1부부장으로 승진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여정의 전격 방남이 평창올림픽 성공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김여정의 방남은 분단 73년간 북한 백두혈통의 첫 방문이란 점에서 파격적"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가족으로서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축하하고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김정은의 구두친서를 가져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여정 파견은 이번 평창올림픽 참가 경험으로 정치적 경험을 넓히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배려이자, 스위스 베른학교에서 유학하고 영어가 유창한 김여정이 국제무대에 데뷔하는 기회로 삼으려는 의도도 있다"고 평가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단장이지만 김여정은 대표단의 활동을 좌우할 실세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백두혈통 김여정이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은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의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김 위원장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진행하는데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통일부는 "이번 고위급대표단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축하하기 위한 방문이라는 취지에 부합되게 노동당, 정부, 체육계 관련 인사로 의미있게 구성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김여정 제1부부장은 관련 직책과 다른 외국 정상의 가족들이 축사 사절단으로 파견되는 사례도 함께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역시 "북한의 이번 대표단은 올림픽 축하와 함께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려는 북측의 의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김여정은 김정은의 여동생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에 그 의의가 더 크다"고 평가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상임고문의 평창올림픽 폐막식 참석이 확정된 후 김여정의 방남을 발표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미국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 외에 이방카 고문까지 보내기로 결정하면서 북한이 급을 맞췄다는 해석이다. 다만 김여정은 당초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9~11일 방남하기로 한 만큼 접촉 가능성이 낮다고 통일부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