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왓슨도 반했다! 이틀 만에 옷 만들어주는 회사

미국 여성 의류브랜드 '미샤 노누'(Misha Nonoo)는 온디맨드(On Demand·수요자 중심) 공정을 도입하고 패션쇼 대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스냅챗'과 '인스타그램'에서 신작을 발표한다. /사진=미샤 노누 트위터

매년 뉴욕, 파리, 밀라노 등지에서 열리는 패션쇼에는 예술 작품과도 같은 컬렉션들이 소개된다. 화려한 디자인에 두 눈이 즐겁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저 옷을 누가 다 입지?"

8일 미국 경영전문월간지 패스트컴퍼니는 "패션업계의 공공연한 비밀 중 하나는 시즌 컬렉션에 소개된 수많은 옷이 단 한 벌도 팔리지 않고 버려지거나 할인 판매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패션 브랜드는 패션쇼에서 신작을 발표하고, 이때 수집한 시장 반응을 참고해 공장에 아이템당 수백 장씩 발주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과감한 온 디맨드(On-Demand·수요자 중심) 혁신을 이뤄낸 곳이 있다. 최근 밀레니얼(1980~2000년대생)과 할리우드 스타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미샤 노누'(Misha Nonoo)다. 엠마 왓슨, 기네스 팰트로, 케이트 블랑쳇 등 유명 배우, 영국 해리왕자와 약혼한 메간 마클도 이곳의 고객이다.

오프라인 매장도 미리 만들어진 옷도 없다. 고객이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구매' 버튼을 누르면 그때부터 홍콩 소재 공장에서 옷을 제작한다. 그런데 만드는 데 이틀밖에 안 걸린다. 배송기간(최대 일주일)을 고려해도 열흘 안에 옷을 받아 볼 수 있다.

미샤 노누 2016년 S/S(봄/여름) 인스타쇼. /사진=미샤 노누 인스타그램

온디맨드 최대 맹점인 '속도'를 해결한 비결은 무엇일까. 미샤 노누는 컬렉션을 최대한 실용적이고 간소하게 유지한다. 통상 럭셔리 패션 브랜드는 일년에 두 번 컬렉션을 열고 각각 20벌 정도의 신작을 공개하지만, 미샤 노누 컬렉션은 '이지 에잇'(Easy 8) 단 하나다. 하얀색 와이셔츠, 와이드팬츠처럼 계절 구분 없이 입을 수 있는 여덟 벌의 심플한 옷으로 구성했다.


가짓수는 적어도 제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샤 노누는 패션쇼 참가 비용과 신제품 개발비를 아껴 가격 대비 품질을 높였다. 가격 범위는 140달러~750달러(약 15만3000원~82만원)다.

일부 제품은 커스터마이징(맞춤형 서비스)도 가능하다.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인 블레이저(정장 형태에 가까운 재킷) 원피스의 경우 원하는 이니셜, 색상, 위치 등을 선택해 나만의 와펜(펠트에 자수를 놓아 만든 장식)을 제작할 수 있다.

노누는 "이미 (옷 한 벌 사려면) 너무 많은 선택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되고 싶진 않다"며 "스타가 입은 화려한 옷보다 '지속가능한' 패션에 관심이 있다면 내 방식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년에 한 번 출시하는 신작은 2016년부터 '스냅챗쇼'와 '인스타그램쇼'에서 공개한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한 패션쇼는 업계 최초다. 뉴욕패션위크에 와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모델을 찍어 SNS에 올리는 관객들의 모습을 보고 떠올린 아이디어다.

SNS 플랫폼이 패션쇼 런웨이가 되는 셈이다. 인스타그램과 스냅챗에는 신상품을 입은 모델들의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온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게시물 하나하나는 큰 의미가 없지만 여러 개를 이어봤을 때 하나의 신상품 화보가 되도록 재미를 더했다. 2016 첫 인스타쇼 이후 홈페이지 방문자는 약 80% 증가했다.

노누는 "사람들은 나를 패션디자이너라고 부르지만 나는 스스로가 사업가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시장에서 기회를 봤을 뿐이고 그 시장이 우연하게도 패션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남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