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의 꿈' 접은 호반, 강남 진출도 접히나

호반건설이 연말에 입주할 서초구 우면동 신사옥 조감도

대우건설 (3,675원 0.00%) 인수가 불발되면서 호반건설의 '강남행'이 멀어졌다. '푸르지오' 브랜드로 서울 노른자 지역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대형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던 꿈이 요원해진 것.

9일 호반건설에 따르면 호반이 연내 분양할 아파트는 약 8000가구에 달하지만 이달 초 분양한 '위례 호반가든하임'을 포함해 모두 수도권과 지방에 있다. 지금까지 호반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2015년 12월 송파구 오금지구 3블록의 '송파 호반베르디움 더퍼스트'(220가구)가 유일하고 아직 입주 전이다.


광주를 터전으로 수도권은 물론 서울 입성의 꿈을 이룬 호반으로선 서울 노른자 땅인 강남권 진출이 넘어야 할 다음 고지다. 업계에선 호반이 강남 한복판에 랜드마크를 짓고 그를 발판으로 지방기업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보고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베르디움'으로 이루지 못한 꿈을 '푸르지오'로 이루려했다는 관측이다. 대우건설의 인수 명분으로 내건 해외사업보다는 당장 정비사업 수주에서 시너지를 노렸다는 해석이다.

강남은 재건축 외 신규 아파트 공급이 어렵다. 조합원들의 눈높이도 까다로워 래미안, 자이, 롯데캐슬, 아이파크 등 메이저 건설사 브랜드와의 정면승부가 불가피하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길게는 10년 이상 조합측과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며 "중견 건설사가 낮은 도급단가로 밀어붙여도 브랜드나 인지도에서 밀려 고배를 마시기 일쑤"라고 밝혔다.

호반은 그동안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동주택용지를 추첨 또는 입찰을 받아 확보한 뒤 시공·분양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주택사업 모델은 성장 한계에 와있다. LH는 2011년부터 공공택지 공급 규모를 줄여왔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415㎡에 그친다. 도심 내 정비사업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호반은 별도의 도시정비사업팀을 꾸리고 양천구 신정2-2구역과 성북구 보문5구역 등 지금까지 서울에서 2건의 재개발사업을 수주했다. 지방에서도 부산 초량 2·3구역 재개발, 대전 도마‧변동 11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했고 지난달 대구(서구 내당동)에서 처음으로 재건축사업도 수주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최근 몇 년 새 주택사업으로 급성장했지만 공동주택용지 공급이 줄어 사업다각화가 절실할 것"이라며 "해외사업보다는 '푸르지오' 브랜드로 재건축 수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대우건설 입찰에 참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반이 보유현금을 활용해 다른 먹거리를 찾는데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호반건설은 올해 하반기 서초구 우면동 사옥을 완공하고 입주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