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이주시기 조정' 재건축 인가 1년 늦춘다

서울시가 강남권 재건축시장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이주시기 조정'에 나설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이주계획 심의를 통해 재건축 단지들이 관리처분계획에 게재한 인가 희망 시점을 최대 1년 늦출 계획이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는 자치구의 권한이지만 서울시는 조례상 대규모 주택 멸실로 부동산 전·월세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우려될 때 이주시기를 심의받게 한다.

정비구역 내 단일 단지 규모가 2000가구를 초과하거나, 500가구를 넘으면서 주변 단지를 합쳐 2000가구를 상회하는 경우 등에는 이주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

재건축 추진 단지는 이주 시점이 미확정되면 자치구에 제출한 관리처분계획에 따른 신축 아파트 분양 및 철거 일정을 진행할 수 없다.


주거정책심의에는 서울시 소속 공무원을 포함해 대학 교수, 민간 전문가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각 자치구뿐 아니라 서울 전역에 걸친 주택 수급을 고려해 결론을 내린다. 이주 주택 및 아파트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조합이 원하는 시기에 인가를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가장 늦게 나온 곳은 2016년말 이주계획 심의를 받은 강동구 둔촌주공(5930가구)으로 4개월 지연됐다.

서울시는 주거정책심의가 강남 부동산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인가 시기가 조정되면 전·월세 시장이 안정될뿐 아니라 인·허가 절차 지연으로 재건축 아파트 프리미엄(웃돈)도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심의 위원들의 판단에 따라 1년 연장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달 26일 개최되는 주거정책심의에는 서초구 신반포3차(1140가구)·경남(1056가구), 송파구 미성(1230가구)·크로바(120가구)·진주(1507가구), 다음달에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2210가구)·방배13구역(2307가구)·한신4지구(2640가구) 등의 이주시기가 논의된다.

심의 대상에 오른 아파트 단지들은 올해 재개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말 서둘러 관리처분계획서를 제출한 곳이다.

정부가 서울 자치구들에게 철저한 계획 검증을 당부하면서 일부 아파트 단지들은 인가 희망 시점을 이미 넘겼다. 송파구 미성·크로바· 진주아파트는 지난달 이었고, 신반포3차·경남은 이달이다. 방배13구역은 오는 5월, 반포1단지 1·2·4주구와 한신4지구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용역을 맡은 정비업체에게 최대한 빠른 시기로 인가 희망 시점을 게재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인가가 늦어지면 각종 비용 증가를 비롯해 집단 이주비 대출도 불가능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