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급증했는데…"주가 역주행"한 한토신·한자신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의 지난해 이익이 급증했지만 최근 1년 주가는 오히려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억눌렸지만 현 주가는 과도한 저평가라고 분석했다.

12일 코스피 시장에서 한국토지신탁 (1,011원 ▲4 +0.40%)은 전일대비 35원(1.20%) 오른 2960원에 마감했다. 한국자산신탁 (3,050원 ▲15 +0.49%)은 4분기 호실적 발표에도 2.59% 내린 6780원에 거래를 마쳤다.


부동산신탁사는 개발 경험이나 자금이 부족한 투자자의 토지를 위탁받아 개발하고 개발에 필요한 자금조달, 공사발주 등을 대신하는 기업이다. 재건축/재개발 같은 도시정비사업도 조합원이 신탁사에 토지를 위탁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대출보증이나 자체자금을 이용해 토지를 개발한다. 즉 신탁이라는 금융상품을 이용해 토지개발·공사비를 조달하는 '부동산 금융사'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부동산신탁사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들이 대규모 공사에 자금을 조달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하기 어려워지자 PF를 담당하며 고성장을 시작했다. 덕분에 한국토지신탁은 2014년 500억원대였던 순이익이 2017년 1600억원을 돌파하며 급성장했다. 지난해도 매출액이 전년비 40.4% 증가한 249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0.1%, 38.2% 늘어난 1711억원, 1678억원을 나타냈다.

한국자산신탁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2017년에도 매 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 연간 영업이익으로 전년비 73.4% 늘어난 1668억원 기록했다. 순이익도 73.2% 증가한 1267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종가 기준 한토신의 시가총액은 7474억원, 한자신 6339억원에 불과하다. 순이익 대비 PER(주가수익비율)이 5~6배에 불과한 것이다. 지난해 실적 호조도 주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익 급증에도 한토신과 한자신의 1년 주가수익률은 각각 -1.1%, -19.1%다. 이익은 늘었는데 주가가 역주행한 것이다.

부동산신탁사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PF로 고성장했던 것이 오히려 특수한 상황에 해당된다"며 "이 기간 동안 모든 부동산신탁사의 실적이 다 좋아졌는데, 기업의 경쟁력이 좋았다기보다는 구조적인 영향이 컸고 이제는 증권사의 PF시장 진출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대형 IB(투자은행) 출범으로 메리츠종금증권 등 대형 증권사가 수도권 PF를 장악한 것이다. 신탁사들은 지방 PF를 주로 맡고 있는데 지방 부동산 경기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자 투심은 더 악화되는 분위기다. 물론 분양 물량이 줄면서 성장성이 둔화되는 것도 기본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제반 리스크에도 불구, 현 주가는 과도한 저평가라는 분석이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영업수익 증가율은 둔화되겠지만 한자신의 현 주가는 그야말로 싸다"며 "전체 주택시장 공급량 감소는 피하기 어렵겠지만 신탁사의 재건축 시장 진입, 공적 임대주택 시장 확대 등 새로운 기회도 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