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원? 20만원은 주셔야"…암표에 두 번 웁니다

/사진= 픽사베이

#대학생 이모씨(27)는 지난해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외국 유명 가수가 내한한다는 소식을 듣고 티켓 예매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곧바로 중고거래 사이트를 접속하니 정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티켓을 양도한다는 글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왔다. 이씨는 "공연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면서 티켓을 왜 사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고가에 되팔리고 있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경기 암표를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상에서의 암표 매매의 경우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표, 일상이 됐다= 지난해 온라인 티켓 마켓 '스텁허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61%가 매진 등으로 놓친 공연, 스포츠 경기를 재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소비자의 71%는 자신이 산 티켓을 자율적으로 팔아도 좋다는 의견을 보였다. 힘들게 얻은 티켓인 만큼 수고비를 얹어도 괜찮다는 의미다.

남북 단일팀과 스위스의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예선이 치러지기 전날인 9일 정가 6만원인 티켓을 2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라왔다. /사진= 중고거래사이트 화면 캡처

하지만 암표의 폐해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10일 치러진 남북 단일팀과 스위스의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예선전이다. 당일 경기는 '매진'이었지만 막상 전광판에 집계된 관중 수는 3601명(정원 6000명)에 불과했다.


자리를 못 채운 나머지 표 중 '암표'가 있었던 것. 실제 지난 9일 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정가 6만원인 해당 경기 티켓을 2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중 팔리지 않은 표로 인해 비어 있는 관중석이 생긴 것이다. 정작 경기를 즐기고 싶은 사람은 관람을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평창올림픽 뿐 아니라 인기 아이돌의 콘서트 티켓도 마찬가지다. 예매가 끝나면 곧바로 중고 거래 사이트에 2~3배에 달하는 가격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온다. 중, 고등학생이 대부분인 팬들은 물론 대학생이나 성인에게도 부담스런 금액이다. 시즌이 한창인 주말 야구 경기장 주변에서 정가에 수배를 요구하는 암표상과 표를 구하지 못해 울상을 지으며 돌아가는 야구팬들을 보는 일도 어렵지 않다.

인기 아이돌 '아이콘'(IKON)의 콘서트 티켓 사전예매가 끝난 후 중고 거래 사이트에 티켓을 판다는 글이 올라왔다. 티켓의 정가는 6만6000원. /사진= 중고거래사이트 캡처

◇온라인, 암표의 '사각지대'= 암표를 판매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 행위다. 현행 경범죄처벌법 제3조 2항에 따르면 정해진 요금을 받고 입장하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 등을 되파는 경우 '암표 매매'로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시대에 뒤떨어진 '반쪽짜리 규제'라는 지적이 많다. 해당 법에 따라 '암표 매매'를 적발해 처벌할 수 있는 범위는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등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가상공간'은 암표 매매의 사각지대다. 버젓이 판매해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이에 각종 불법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 구매가 대표적이다. 전문 암표상들은 컴퓨터 반복 작업 프로그램으로 사람이 직접 예매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대량으로 좌석을 예매해 중고시장에서 웃돈을 얹어 팔아 소비자를 두 번 울리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한 시도도 다양하다. 온라인 티켓 마켓 스텁허브는 '팬보호 보장프로그램'을 통해 회사가 직접 거래 과정에 개입해 부당거래를 막고 있다. 야구경기의 경우 경찰이 지난해 시민들이 직접 암표상을 신고하는 '암표 공익신고제'를 도입해 불법 암표 거래를 적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근본적인 법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정치권도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 매매 행위에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박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매크로를 통한 불법 암표 매매 뿐 아니라 이를 주선하는 제3자까지 처벌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통과는 안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