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대상 0.1%?' 저녹스보일러 지원사업 실효성 논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강원 평창, 대구·경북 등 일부 지역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보인 9일 오후 서울 강남대로 일대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일반 가스보일러를 콘덴싱 가스보일러로 교체 시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가정용 저녹스보일러 보급 지원사업'이 실효성 논란에 부딪혔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됐으나, 지원 대상이 일반 가스보일러 설치 가구의 0.138%에 불과해 실질적인 사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0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환경부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등 지자체 3곳은 이달부터 '2018년도 가정용 저녹스 보일러 설치 지원사업'의 신청자 접수에 나섰다. 질소산화물(NOx) 저감 효과가 있는 콘덴싱 가스보일러로 교체하는 가구에 16만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환경부와 지자체가 각각 절반씩 부담한다.

지원 대상 보일러는 △가스 소비량 70kW 이하 △질소산화물 농도 35 mg/kwh 이하 △일산화탄소 농도 100 ppm 이하 △총발열랼 기준 열효율 92% 이상 등 환경표지 인증을 받은 콘덴싱 가스보일러에 국한된다. 지난달 말 기준 경동나비엔의 'NCB750-36K', 귀뚜라미의 '거꾸로 NEW 콘덴싱-14H', 롯데알미늄의 'LGB-F219CC', 린나이코리아 'RC500-27KF', 알톤엔대우의 'ADB-200BELN' 등이 지원 대상에 속한다.

문제는 사업 규모다. 해당 사업 예산은 총 20억원으로, 약 1만2500 가구만이 해당 사업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국에 일반 가스보일러 설치 가구 수는 약 900만 가구로, 이중 0.138%만이 지원받는 셈이다.

보일러업계 관계자는 "환경부, 지자체는 물론 기업들도 '가정용 저녹스 보일러 설치 지원사업' 홍보에 힘쓰고 있다"면서도 "사실상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 홍보 외 실질적인 미세먼지 저감 효과에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해마다 84만여대의 일반 가스보일러가 새롭게 판매되는 점도 이 같은 정책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연간 국내 보일러 판매대수는 120만여대 규모로, 이 가운데 일반 가스보일러 비중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 가스보일러의 가격은 통상 60만원 수준으로 콘덴싱 가스보일러에 비해 15만~20만원 정도 저렴해, 소비자들의 구매가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에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위해선 저렴한 일반 가스보일러 중 질소산화물 배출을 최소화한 제품에 대해서도 단계별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반 가스보일러는 환경표지 인증의 질소산화물 및 일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충족하고도 열효율 기준 미달로 사업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다. 응축수 배출 배관이 없는 노후 주택에는 콘덴싱 가스보일러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콘덴싱보일러는 배기가스 열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응축수가 발생하는데, 이를 배출하는 배관 없이는 사용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저녹스보일러 보급을 위한 국비 지원을 시작했다"며 "아직은 사업 초기"라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저녹스보일러 보급 추이를 살펴본 뒤 사업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