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세뱃돈 '모바일 송금'…엄마에게서 지켜줬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직장인 A씨(35·가명)는 매년 설날 조카들에게 현금으로 세뱃돈을 줬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조카들이 컴퓨터 게임 속 아이템을 사느라 세뱃돈을 다 써버렸다는 소리를 듣고 올해는 이색 세뱃돈을 준비하기로 했다. 김씨는 "조카들에게 세뱃돈 대신 모바일 도서 상품권을 '기프트 카드'로 '전송'해줄 생각"이라며 "세뱃돈을 알차게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양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의 발달로 세뱃돈도 '진화'하고 있다. 다림질한 듯한 빳빳한 현금 신권 대신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송금'을 해주는 시대가 된 것. 해외에서는 세뱃돈으로 비트코인을 주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13일 취업포탈 잡코리아에 따르면 대부분의 직장인이 설날에 세뱃돈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1383명을 대상으로 세뱃돈에 관한 조사를 한 결과 '미취학아동이나 초등학생인 자녀와 조카에게 세뱃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직장인은 응답자 중 6.4%에 그쳤다.

설 연휴를 사흘 앞둔 12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달구벌대로 DGB대구은행 본점에서 한 고객이 신권을 교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은행 줄서기 진풍경…구권 지폐 신권으로 바꾸려= 시간이 흘러도 현물 지폐는 가장 인기있는 세뱃돈이다. 세뱃돈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구권을 신권으로 바꾸기 위해 설을 앞두고 은행을 직접 찾는다. 대구의 한 은행에 근무하는 B씨는 "12일부터 지폐 교환을 시작했는데, 지폐를 바꿔간 은행 손님이 이날 하루에만 150여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신권 교환 손님이 워낙 많아 1인당 만원짜리는 10만원까지로 제한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더 많은 지폐를 신권으로 바꾸기 위해 여러번 같은 은행을 찾는 사람도 더러 있다.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한 은행을 방문한 고객 C씨는 "세뱃돈을 신권으로 받으면 기분 좋지않느냐"며 "한번에 20만원까지만 신권으로 바꿔주는데 세뱃돈으로 모자라다. 내일 다시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세뱃돈도 간편…기프트카드 보내거나 모바일 송금까지= 하지만 세뱃돈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손가락 클릭 한번이면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모르더라도 돈을 보낼 수 있어 세뱃돈을 송금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지난해 세뱃돈을 송금했다는 D씨(42)는 "사실 처음엔 생각보다 현금이 모자라 어쩔수 없이 송금을 했다"면서도 "막상 해보고 나니 편리해 올해도 세뱃돈을 실물 지폐가 아닌 모바일로 송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세뱃돈 송금족(族)'인 것. 이들은 돈 이외에도 도서 교환 상품권, 영화관람 상품권 등 다양한 상품권을 세뱃돈으로 준다. E씨는 "모바일 도서 상품권을 선물하면 조카들이 돈을 허투루 쓰지도 않고, (조카의 엄마인)누나가 조카 세뱃돈을 가져갈 수도 없을 것"이라며 "또 나와 세뱃돈을 받는 조카 둘 만의 비밀스러운 거래인 것 같아 특별하다"고 말했다.

/삽화=김현정디자이너

◇통큰 예금통장받고 비트코인까지 세뱃돈으로 등장= 예금 통장이나 펀드 등 통큰 세뱃돈을 받기도 한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해 19대 대선출마 당시 신고한 대학생 딸 유담씨의 재산은 약 2억원(예금 1억7000만원과 보험 1억6000만원 상당)에 달해 화제가 됐는데, 당시 유 대표는 "딸이 세뱃돈으로 200~300만원씩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해외에선 가상통화를 세뱃돈으로 주기도 한다. 비트코인 광풍이 불기 전인 2014년, 홍콩에서는 비트코인 쿠폰을 거리에서 세뱃돈으로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베트남에서는 오는 14일~20일(현지시간) 베트남 최대 명절인 '뗏'을 앞두고 세뱃돈으로 줄 수 있는 비트코인 기념주화를 판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