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집값 지키자”…각종 주민연대 ‘봇물’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집값 지키기' 커뮤니티가 등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입지 조건이 떨어져 집값 상승률이 낮은 아파트 주민들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편의시설 설치를 촉구하거나, 일정 가격 이하로 매물을 내놓지 말라는 '담합'도 빈번하다.

16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과열 양상에 편승해 거주 지역 부동산 가격을 올리려는 주민 모임이 다수 출범했다.

이달 초 설립 준비위원회가 구성된 ‘양천발전 시민연대’는 △목동신시가지 재건축 △경전철 유치 △신정차량기지 이전 △목동 운동장 및 유수지 개발 등을 목표로 활동을 시작했다.

목동신시가지 1~14단지는 올해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워 사업 추진이 가능한데, 정부가 재건축 연한 연장, 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등으로 집값 상승률이 둔화되자 행동에 나섰다.

'목동아파트 재건축 추진을 위한 주민모임(목재모)'은 지난 2일 지역구 국회의원인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양천구갑)을 찾아 노후 건물 재건축 촉진을 요청하는 주민 서한을 전달했다.

경기도 시흥은계지역 공공분양 일부 예비 당첨자들은 한국토지공사(LH) 등에 2019년 12월 입주 전까지 인근에 초등학교 건립을 요구하고 있다.

한 당첨자는 "LH를 압박하지 않으면 주변 유휴 용지는 행복주택이나 기타 주거용지로 팔릴 것이 뻔하다"며 "초등학교 부지가 예정대로 들어오도록 주민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가격이 급등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집값 사수'에 주력하고 있다.

'잠실5단지 지키기 운동본부'는 지난해 말 지역 주민들에게 "강남 아파트에서는 가격담합을 통해 매주 1억원씩 집값을 올리고 있다"면서 "우리 단지도 일정 가격 이하로 집을 팔지 않기로 결의했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했다.

여기에는 “36평 20억원 이상, 35평 19억5000만원 이상, 34평 19억원 이상”이라는 구체적 가격 가이드라인도 담겼다.

2013년 4억원 중반대에 분양된 위례신도시 한 아파트 입주민들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급매물이라도 8억원 미만으로는 내놓지 말자”며 가격 담합을 유도하는 글을 게시했다.

왕십리 센트라스 아파트 일부 입주민들은 정상 매물을 인터넷 포털에 올린 중개업소에 전화를 걸어 “이 동네에서 장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도 자체 커뮤니티를 만들어 "구청장이나 지역구 의원에 지하철역 설치를 건의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선거 때 심판하자"를 잇따라 올리고 있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지역 집값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지역 담합 등 감정적 대응은 큰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시세가 급변하는 지역에서 집값 담합이 나타난 것은 재산권 하락을 막기 위한 감정적 조치로 보이나 그 실효성은 낮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