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 맞은 전통시장의 변신…"카드도 주차도 OK"

설 연휴를 앞둔 14일 망원시장이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고석용 기자

"카드? 괜찮지! 요즘 카드 안 받으면 장사 못해."


설 명절을 앞둔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한과를 판매하는 한모씨에게 '카드결제가 되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한 씨 옆에는 카드단말기도 꺼내져 있었다. 한씨는 "아직 현금결제가 많긴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카드로 결제하겠다고 한다"며 "카드도 되고 상품권도 된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이 최근 카드나 상품권 결제를 받아들이고 주차공간을 확충하는 등 취약점으로 지적받았던 부분들을 개선하며 변화하고 있다. 대형마트로 쏠리는 소비자들을 붙잡기 위한 자구책이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30대 김모씨도 "요즘 카드니 현금이니 따졌다가는 가뜩이나 없는 손님 다 내쫓는 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젊은 상인들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카드결제도 꺼리지 않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옆에서 나물을 팔던 상인도 "우리 딸이 카드결제 가리지 말고 무조건 다 받으라고 했다"고 거들었다.

영등포시장 한 가게에 '상품권 취급점'이라는 간판이 걸려있다./사진=고석용 기자

온누리상품권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규정상 상품권의 40%만 잔금을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지만 상인들은 규정과 관계없이 모든 금액을 거슬러줬다. 기자가 영등포시장에서 직접 1만원짜리 상품권으로 3000원어치 가래떡을 사본 결과 7000원을 모두 거슬러 받을 수 있었다. 가래떡을 팔던 상인은 "은행에 가면 현금으로 입금해주고, 받은 상품권으로 다른 물건을 사도 되는데 기피할 이유가 없다"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주차문제도 공영시장을 만들고 요금을 감면하는 등 해결에 나섰다. 망원시장 옆 공영주차장은 시장 이용 시 2시간에 한해 30%의 요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를 마련했다. 설 연휴인 15일 오전 7시부터 18일 오전 7시까지는 아예 무료로 개방한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연휴 동안 전국 522곳의 전통시장 주변 도로에 주차를 가능하도록 했다.


전통시장이 스스로 변화에 나선 만큼 손님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자녀와 함께 시장에 방문하는 30~40대 젊은 손님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망원시장에서 만난 30대 이모씨는 "옛날에는 카드결제 한다고 하면 '현금 없냐'고 반문했는데 요즘은 그런 상인들이 거의 없다"며 "대형마트보다 싱싱한 물건이 많고 값도 싸서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이 설연휴(8일~20일) 동안 전국 전통시장 주변도로에 최대 2시간 주차를 허용하기로 했다. /사진=뉴스1

◇카도 소액결제 거부·인프라 취약은 아쉬워=다만 2~3000원의 카드 소액결제 거부나 쇼핑카트 부재, 비나 강추위 등 날씨에 취약한 문제는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카드결제를 환영하던 상인들도 2~3000원의 카드결제는 여전히 받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500원짜리 생수만 구매해도 카드결제가 가능한 대형마트와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다만 상인들은 "그래도 손님이 카드밖에 없다고 하면 결제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 밖에 인프라 부족도 여전히 개선과제로 남는다. 카트 부재가 대표적이다. 개인용 접이식 카트가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많은 손님들은 검정 비닐봉지에 물건을 담아갔다. 주부 B씨는 "장 볼 게 많을 때는 전통시장은 엄두도 못낸다"며 "카트로 자동차 트렁크까지 옮길 수 있는 대형마트를 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붕 현대화사업 등을 통해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날씨에 그대로 노출된 것도 단점이다. 영등포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얼마 전 강추위 때는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