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가상화폐 민원 빗발…"욕은 하지 말아줬으면…"

기획재정부 세종청사/사진=뉴스1

기획재정부 홈페이지에 적힌 대표 전화번호를 누르면 종합민원팀으로 연결된다. 동사무소, 세무서 등 일선 행정 현장 뿐 아니라 경제정책을 생산하는 기재부 역시 민원팀을 통해 국민 목소리에 대응하고 있다.

민원팀은 히루 평균 100~150통의 전화를 받는다. 최근 가장 많이 오는 문의는 부동산과 가상화폐 정책이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양도소득세 강화에 대한 찬반 의견, 보유세 인상, 임대주택 등록 및 세제혜택 문의, 가상화폐 과세방안 제안 등 내용은 다양하다.


소관 부서로 안내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복되는 질문에는 미리 준비한 모범 답안을 내놓는다. 예컨대 부동산 대책은 다음과 같이 답변한다.

-분양권을 갖고 있는데 가족 전체가 이민을 가 해당 주택에서 2년을 거주할 수 없는 경우 비과세 받을 수 있나.
▶출국일 당시 1주택자인 경우로 출국일로부터 2년 내에 양도하면 거주기간, 보유기간에 관계없이 비과세 받을 수 있다. 단 외국인과 혼인, 외국기업 취업, 영주권이나 이에 준하는 정도의 장기체류 자격을 취득한 경우여야 한다.

-원래 보유 주택이 재개발재건축 대상에 올라 공사 기간 중 거주할 새 주택을 취득했는데 조합원 지위로 양도가 제한돼 팔 수 없다. 나중에 주택이 2채가 됐을 때 비과세 가능한가.
▶재개발재건축이 완료된 시점으로부터 2년 내 세대 전원이 새 주택으로 이사해 1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아울러 완료 시점으로부터 2년 내에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을 양도해야 비과세가 가능하다.


경제정책 현안에 대한 질문 외에 집단 민원도 자주 온다. 주로 고속도로 건설, 지하철역 신설을 두고 지역 이해관계자들이 번갈아 전화를 한다. 최근엔 GTX(수도권광역 급행철도) 노선 연장, 7호선 청라역 신설, 9호선 4단계 연장, 인천-수원 보선 전철 신설 등도 주요 민원 내용이었다.

가장 곤혹스러운 건 개인 민원이다. 경제 강의를 30~40분씩 하는 민원인은 양반이다. 한 민원인은 개인 상속 재산을 파악해달라며 8년 동안 1000건 넘게 민원을 제기했다. 비트코인으로 돈을 잃은 한 투자자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면담을 수차례 요청했다. 대뜸 돈을 달라는 사람까지 있다.

악성 민원인에 시달리던 한 민원팀 직원은 원형탈모 증세가 생기기도 했다. 지난해 민원팀 직원 8명은 심리상담사를 초청해 치료 시간을 갖기도 했다. 감정노동으로 쌓인 스트레스 해소 방안을 전수 받았다.

정기철 민원팀장은 "민원팀은 국민과의 접점이 가장 많은 부서"라며 "국민의 궁금증을 잘 설명하면서 보람을 느끼는데 직원에게 상처가 되는 욕은 하지 말아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