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中企 대출 사상 첫 110조 돌파…금리상승기 어쩌나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중소기업이 비은행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금액이 사상 처음으로 110조원을 넘어섰다. 제2금융권 등 비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대출 금리가 높은 만큼 금리상승기를 맞아 중소기업 대출의 부실화 위험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11조113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 1월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규모다.


비은행 중소기업 대출은 2016년말보다 37.5% 급증했다.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지난해 11월말 655조142억원으로 같은 기간 7.5% 늘어난 것과 비교해 높은 증가율이다.

비은행권 중소기업 대출의 급증세는 정부의 대출 규제와 은행의 리스크 관리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가 낳은 결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들이 금리상승기를 맞아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문턱을 높였다. 이에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중소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또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정책으로 최근 금융기관들이 기업대출 시장으로 눈을 돌려 보다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것도 중소기업 대출 증가세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 대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한은은 대출 통계 작성시 자영업자를 개인사업자로 분류, 중소기업 대출에 포함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말 기준 비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약 60조1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2.3%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10.1%)은 물론 비은행의 법인기업대출(17.2%)이나 가계대출(7.6%) 증가율을 모두 크게 뛰어넘은 것이다. 비은행 기업 대출 중 개인사업자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7.5%에 이른다.

문제는 본격적인 금리상승기를 맞아 중소기업의 이자 상환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이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을 포함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등 전세계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전환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시장금리 상승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통상 비은행 대출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높다. 한은 가중평균 금리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중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연 3.86% 수준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저축은행의 기업대출금리는 8.39%, 상호금융은 4.12%였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의 경우 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한은 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0.1%포인트 오를 경우 음식·숙박업 폐업 위험도는 10.7% 증가한다. 금리 상승이 취약한 자영업자들의 '줄줄이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도 이같은 현상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중소기업은 영업이익의 회복이 미진한 상황인 데다 대기업에 비해 금리상승의 영향을 받는 부채의 비중이 크고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 비중도 높다"며 "향후 시장금리 상승 압력 등으로 차입금리가 높아질 경우 이자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