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성추행 이어 성폭행 폭로까지…파문 일파만파

'연극계 대부'로 불리던 이윤택씨(66)가 잇따른 성추행·성폭행 폭로로 논란에 휩싸였다./사진=뉴시스

'연극계 대부'로 불리던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전 예술감독 이윤택(66)씨가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과거 이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까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 갤러리에는 '윤택한 패거리를 회상하며'라는 제목으로 과거 이씨의 성폭행 사실을 폭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작성한 A씨는 "연이은 여배우들의 폭로를 보고 제가 그로부터 당했던 일과 똑같아 너무도 놀랐습니다"라며 "저라는 피해자 이후에도 반성 없이 십수 년 간 상습적으로 성폭력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제게 일어난 일을 폭로하고자 글을 쓰게 됐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극단에 있는 동안 19살이던 2001년 겨울 이씨의 별채인 황토방에서, 이듬해 가마골 소극장 근처 여관에서 두 차례 이씨에게서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이후 극단을 나왔다가 "좋아하는 연극을 원 없이 하게 해주겠다"는 이씨의 말에 돌아갔지만, 이씨가 선배 단원들에게 "A씨의 어머니가 자기(이씨)를 너무 좋아해서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목격한 뒤 극단을 떠났다고 했다.

그는 "성폭행 전에도 성추행은 여러 번 있었습니다"라며 당시 상황을 상세히 적었다. 그는 "미성년자가 반나체의 50대 성인 남성을 주무르고 있다는 것은 상식적인 상황은 아니지요. 그렇지만 최고의 연극 집단 중 하나라는, 그 집단의 우두머리를 모신다는 명목으로 마치 집단 최면이라도 걸린 듯이 각자에게 일어난 일과 목격한 일을 모른 체하며 지냈습니다"라고 했다.


앞서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가 SNS를 통해 과거 이씨의 성추행 사실을 밝히며 '미투(Me Too)' 운동에 동참했다. 이를 계기로 관련 피해자들의 폭로가 잇따르면서 파문은 확산할 조짐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씨의 사건과 관련 연극단체에 대해 진상규명과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17일 시작돼 18일 오후 1시15분 기준 1만284명이 동의한 상태다.

이에 연희단거리패 측은 지난 15일 SNS에 사과글을 게재하고, 이씨가 연희단거리패, 밀양연극촌, 30스튜디오의 예술감독직에서 모두 물러났다고 전했다.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 등은 "이윤택 연출가와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죄송하단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라며 "연희단거리패 선배 단원들은 깊은 성찰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성폭행 피해 폭로가 보도된 18일 연희단거리패 측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개별 사례들에 대해 극단 측에서 진위 여부를 확인해드릴 수는 없다"며 "내일(19일) 이 연출이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19일 오전 10시 서울시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공개 사과와 함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국극작가협회는 이씨를 제명하고 협회 이름으로 문화예술위원회 심의위원에 이씨를 추천한 건도 철회하기로 했다. 협회 측은 "미투(me too)운동에서 밝혀진 이윤택의 권력을 악용한 사태를 묵과 할 수 없다"며 "시대적 분위기와 연극계에 끼친 업적을 이유로 지금의 사태를 외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