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과 현실론 사이…"투자 평준화" 요구 VS "세금낭비" 반발

스키점프 대한민국 대표팀은 비록 메달권은 아니지만 6회 연속 동계올림픽 출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경기복 한 벌로만 시합에 참가하는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 출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스키점프 남자 라지힐 개인 예선에서 점프하고 있는 최서우의 모습. /사진=뉴스1

메달권이 아닌 동계올림픽 종목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윤성빈(24)이 아시아·대한민국 최초로 불모지 썰매종목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원이 마땅치 않은 다른 설상 종목의 경우 선수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국가대표를 하고 있다.

스키 점프의 경우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6번 연속 올림픽에 출전 중이지만 경기복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선수가 이동한 거리와 스타일 점수를 합산해 점수를 매기는 스키 점프의 경우 특히나 공기저항을 줄이는 경기복이 필요하다. 비거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람의 방향에 따라 다른 경기복을 입는 것이 필요한데, 대한민국 대표팀은 오로지 '한 벌'로만 경기 중이다. 맞바람 시 앞에서 오는 저항을 줄이기 위한 경기복이나, 뒷바람이 불 때 오히려 힘을 받아 앞으로 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 경기복 없이 단 하나의 복장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기본적인 장비조차 없다 보니 성적은 고사하고 연습조차 어렵다. 스키점프 국가대표 최서우(36)은 노멀힐 예선 후 "지원이 거의 없어 훈련하기 어려웠다"며 투자를 평준화해달라는 바람을 표출했다.

스켈레톤의 사례를 보면 투자가 성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총감독은 지난 17일 강원도 강릉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4년 전만 해도 돈이 없어 땅을 치는 일이 많았다"며 "우리처럼 3~5년만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잡아주고 지원해준다면 설상에서도 메달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론도 만만치 않다.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라지만 '엘리트 체육' 육성을 위한 경기장 운영 및 지원이 대다수 시민에게 가시적인 혜택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후원 없이는 결국 국가 주도 정책으로 세금을 소비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반발이 있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본인들이 좋아서 하는 운동을 왜 세금으로 지원하느냐"며 "일반인 사회체육에 투자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기업이 후원해도 문제가 발생한다. 2016년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기업지원부터 이어진 지난 13일 신동빈 롯데회장 구속으로 스키협회장 직무정지 사태까지 스포츠계와 기업 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스포츠연맹의 '갑질' 역시 마찬가지다. 선수들이 부당한 불이익을 받는 모습에 시민들은 분노했고 스포츠단체 후원을 향한 불신도 쌓였다.

설상 종목의 한 관계자는 "메달 여부를 떠나 선수들이 운동할 수 있는 최소의 여건을 만들어주는 정책은 필요하다"며 "사회체육과 엘리트 체육의 상생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