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반등에도 저소득층 소비심리는 꽁꽁…양극화 커졌다

경기 회복세에 소비심리가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저소득층의 심리 회복세는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진과 낮은 소득증가율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5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소비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평균 112, 100만원 미만 저소득층은 94로 집계됐다. 둘 사이의 격차는 18포인트로 현행 방식의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소비지출전망 CSI는 현재와 비교한 6개월 후의 소비지출 전망을 나타내는 지표다. 100보다 큰 경우 긍정적으로 응답한 가구 수가 부정적으로 대답한 가구 수 보다 많다는 의미고, 100보다 작은 경우는 그 반대다. 즉 고소득층은 앞으로 소비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본 이들이 더 많았던 반면, 저소득층은 소비지출을 줄일 것이라는 답변이 우세했다는 뜻이다.

2008년 평균 6포인트 수준이었던 양 계층의 소비지출전망CSI 격차는 2009~2013년 10~14포인트로 벌어졌다. 이후 2014년부터 3년간은 16포인트 수준을 유지했고 지난해에는 17포인트로 격차가 더 커졌다.

현재 경기와 향후 전망에 대한 판단도 소득수준에 따라 엇갈렸다. 현재생활형편CSI의 격차는 2016년 17포인트에서 2017년 18포인트로 벌어졌고, 현재경기판단CSI는 같은 기간 1포인트에서 11포인트로 차이가 커졌다. 6개월전과 비교한 현재 생활형편과 경기 수준에 대해 저소득층이 더 비관적으로 느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6개월 후의 전망을 나타내는 생활형편전망CSI의 차이는 2016년 8포인트에서 지난해 14포인트로, 향후경기전망은 -4포인트에서 9포인트로 벌어졌다.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던 2016년 대통령 탄핵 여파까지 맞물려 크게 위축됐던 소비심리는 지난해엔 경기 반등 흐름을 타고 개선되는 모습이었다. 6개 부문의 CSI를 종합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2016년 99.1에서 지난해 105.1로 상승했다. 이처럼 전체 가구의 경기인식이 ‘비관적’에서 ‘낙관적’으로 돌아 섰지만 소득 수준별로 보면 소비심리가 뚜렷하게 엇갈린 것이다. 저소득층의 소비심리 회복이 상대적으로 더딘 것은 고용 부진으로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율이 낮은 수준에 머문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한은, 금융감독원이 공동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를 보면 2016년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소득은 919만원으로 1년 전보다 3.1% 증가하는 데 그쳤다. 5분위 소득이 3.3% 는 것과 비교된다. 특히 1분위는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줄어든 영향으로 근로소득이 5.1% 감소했다. 반면 5분위의 근로소득은 4.1% 올랐다.

지난해에도 고용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던 만큼 저소득층이 지갑을 열 여력도 제한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전체 실업자 수는 102만8000명으로 통계 작성 후 최대치였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소득층 소비심리 회복을 위해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대책을 추진해 저소득층의 소득과 소비 지출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