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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GM사태가 산은 책임이라는 말장난

광화문 머니투데이 권성희 금융부장 |입력 : 2018.02.20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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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두고 KDB산업은행(산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한국GM의 지분 17.02%를 가진 2대 주주인데도 GM의 이번 결정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것이 요지다. 실제로 산은은 군산공장 폐쇄 결정조차 미리 통보받지 못한 채 GM의 발표를 통해 알았다.

하지만 역으로 한국GM이 그간 한국에서 공장을 폐쇄하지도, 철수하지도 않은 것은 산은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국GM의 자산 처분·양도에 관한 산은의 비토권이 지난해 10월 사라지자마자 GM이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구하고 얼마 뒤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것이 증거다.

산은은 2000년 11월 부도난 대우차(한국GM)를 2002년 10월 1여년간 줄다리기 협상 끝에 GM에 팔았다. 포드, 다임러, 피아트, 현대차 모두 인수 포기한 상황에서 GM은 대규모 실업과 금융회사 동반 부실 등의 경제적 파장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남은 구원투수였다.

대우차 매각 협상이 산은에 유리할 리 없었지만 산은은 2억달러를 현금 출자하며 지분 28%를 획득해 지분 25% 이상을 보유한 소수주주로서 이사진 10명 가운데 3명에 대한 추천권과 향후 15년간 한국GM 총자산의 20%가 넘는 자산을 처분·양도할 때 거부할 수 있는 비토권을 얻어 냈다.

GM은 이같은 산은의 소수주주권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글로벌 경영위기로 파산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2009년 10월 일방적으로 4900억원을 유상증자해 산은의 지분율을 17%로 떨어뜨려 소수주주권을 잃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산은은 이에 강력 반발하며 법적 공방까지 벌인 끝에 소수주주권(지분 15% 이상으로 완화)을 회복했다. 이 때 맺은 계약이 ‘GM대우(한국GM의 당시 이름)의 장기발전을 위한 기본합의서’다.

기본합의서에는 산은의 소수주주권 회복과 함께 채권단이 보유한 상환우선주 상환 보장과 한국GM의 장기경영계획 목표 달성을 위한 GM의 적극적인 지원이 포함돼 있었다. GM이 상환우선주는 모두 상환했지만 장기경영계획 목표 달성과 관련한 사항은 협조하지 않았다는게 산은의 설명이다.

주목할만한 사실은 GM이 이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에 산은이 보유한 지분 17%를 사들이겠다는 제안도 했다는 점이다. 정부와 산은은 이 때 이미 GM이 산은의 비토권을 제거해 한국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있음을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그간 한국GM에 추천한 이사 18명 중 9명이 전직 산은 임원이고 나머지는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정부 산하기관 출신의 낙하산으로 제 역할을 못했다고 비판한다. 지적할만한 사항이지만 낙하산이 아니었다 해도 지금의 결과가 달라졌을지는 의문이다. 76.96%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에게 과반도 안 되는 이사 3명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다.
[광화문]GM사태가 산은 책임이라는 말장난

GM이 한국에서 철수하는데도 만만치 않은 돈이 드는데 설마 철수하겠느냐는 막연한 기대도 있다. 하지만 GM은 이미 2009년 산은의 비토권 제거를 시도할 때부터 철수할 수 있음을 내비쳤고 호주에서는 이미 정부 지원금이 끊기자마자 철수한 전례가 있다. 돈이 안 되면 떠나는 건 주주 이익 극대화가 목표인 기업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다. 이에 대해 산은 책임론은 아무 의미 없는 말장난이다.

산은은 지금 GM과 한국GM에 대한 실사 방법 및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 이미 새로운 협상이 시작된 셈이다. 정부로선 일자리 등 파급효과를 생각할 때 GM을 붙들어 놓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과 호주의 사례에서 보듯 이번에 협상을 잘해 GM을 붙들어 놓는다 해도 한국에서 이익이 나지 않는다면, 한국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면 GM은 언제든 떠날 수 있고, 제2의 GM도 얼마든 나올 수 있다. 산은이 협상을 아무리 잘하고 2대 주주로서 견제 역할을 아무리 잘한다 해도 이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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