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신축·안전진단 통과 단지 희소성 부각될 것"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기로 하자 전문가들은 정책의 취지와는 별개로 서울 특히 강남의 주택 공급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급 제한으로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단지나, 강남 신축아파트의 희소성이 오히려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건축 전체적인 속도 조절로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단지별 차별화 장세가 연출될 전망이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안전진단 비용을 조합이 부담하다보니 객관성이 떨어졌던게 사실"이라며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 조건이 까다로워지면 안전성이 떨어지는 일부 단지는 오히려 재건축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역에 따라 재건축 속도가 달라지고 옥석가리기와 차별화 장세가 이뤄질 것이란 예측이다.

노 연구위원은 다만, "재건축 아파트가 '똘똘한 한 채'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지방에서 미분양이 늘고 있는데다 이번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시장의 관망세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재건축 속도 조절에 따른 단기 시장 진정효과와 함께, 장기적으론 공급량 감소로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의 희소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재건축 연한 강화 조치는 빠졌지만 사실상 같은 효과"라며 "확실한 구조적 결함이나 안전성 문제가 있어야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진 만큼 전체적으로 재건축사업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은 여전히 주거자산에 대한 경제적 기대감이나 주택구매 심리가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안전진단을 통과한 곳이나 강남 신축아파트는 오히려 상품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남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돼 가격급등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강남에서 신규 공급은 재건축이 사실상 유일하다"며 "안전진단 강화 등 구조적 안전을 우선시하는 정책도 필요하나, 수급불균형 문제를 보완할 정책도 함께 고민해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규제에 따른 리모델링 단지의 반사이익 여부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렸다.

양 소장은 "분당 신도시를 비롯해 목동과 노원구 중계동, 상계동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반면, 노 연구위원은 "리모델링은 조합원 부담이 커서 사업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재건축 수요가 리모델링으로 전환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