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1조 증발" 조정장에 힘못쓰는 대표 ETF

최근 코스닥 ETF(상장지수펀드)로 자금이 유입되는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의 코스피 ETF 상품에서 이례적으로 한 달 새 1조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증시가 조정국면에 접어들자 지난해 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기관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삼성KODEX200ETF(주식)는 지난 14일 기준 한 달간 9925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국내 주식형펀드 중 자금 유출 규모가 가장 컸다. 자금순유출 규모가 전체 순자산(6조3000억원)의 16%에 달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다른 ETF와 비교할 때 이례적으로 순자산 대비 자금 순유출 비중이 크다"고 말했다.

전체 국내 주식형펀드 중 자금 순유출 상위 펀드는 삼성KODEX200ETF에 이어 미래에셋TIGER200ETF(700억원), 한화ARIRANG200ETF(640억원)가 뒤를 이었다. 자금 순유출 규모는 각각 순자산의 2%, 6%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기관투자자가 지난해 말 삼성KODEX200ETF의 기준가격 상승에 베팅해 일시적으로 매수를 늘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상품이 상대적으로 단기간 대규모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2월 한 달 간 9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몰렸는데, 이중 70~80% 가량이 기관투자자 자금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올 들어 미국 금리 급등 여파로 코스피가 하락 조짐을 보이자 차익실현을 위해 한꺼번에 매물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KODEX200ETF 수익률은 최근 한달 간 꾸준히 하락해 마이너스(-)3.81%까지 떨어졌다.

또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삼성KODEX200ETF가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 지수를 추종해 변동성이 작아 연기금이나 은행 신탁상품, 자산운용사 펀드 등 기관투자자 상품 중심으로 투자 규모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 조정에 무게를 두면서 투자금액이 큰 ETF 등 주식 투자자금에 대한 리밸런싱(재조정)을 본격화하면서 대규모 자금유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주식형 ETF의 경우 연말 배당금을 받을 권리가 사라지는 배당락일에 운용사에서 예측하는 예상배당금만큼을 기준가격에 선반영한다'며 "이 때문에 통상 기관투자자들이 연말에 대규모 매수 후 연초 이후 다시 매도하는 배당차익거래가 빈번해 자금이 유출됐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한 달간 전체 국내 ETF에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따라 코스닥에 투자하는 ETF로 자금이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