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다 병 걸리면 대신 갚아주는 보험, 가입 안하는 이유는

서울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다음달 중 신탁사들을 대상으로 재건축 사업 추진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교아파트는 일반주거지역에 위치한 576가구 단지로 35층 이하 높이로 재건축이 가능하다.

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은 고객이 대출금을 갚던 중 병에 걸리거나 사망할 경우 빚을 대신 갚아주는 신용보험이 국내에 도입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가입자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만큼 저렴한 보험료로 가족에게 채무가 상속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신용보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출 고객이 사망이나 장해, 질병 등으로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면 빚을 대신 갚아주는 보험으로 생명보험사는 신용생명보험을, 손해보험사는 신용상해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신용보험은 대출 고객이 사고를 당했을 때 보험사가 남아 있는 대출금이나 보험 가입시 약정한 금액을 상환해주는 상품이다. 은행, 저축은행, 신용카드사는 물론 자동차할부금융, P2P(개인간거래) 대출에도 신용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신용보증보험과 달리 채무에 대한 구상권이 없어 채무자 가족에게 빚이 상속되는 것도 막아준다.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는 신용보험 시장이 활성화한 반해 국내에서는 30년째 걸음마 단계다. 1980년대 말 처음 국내에 출시됐다 소리 없이 사라진 후 2002년에 다시 판매되기 시작해 현재는 BNP파리바카디프생명, KB손해보험 등 일부 보험사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메트라이프는 지난해 판매를 중단했다.

가계대출 규모가 적지 않음에도 국내에서 신용보험 시장이 활성화하지 않은 이유는 제도적인 걸림돌이 크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 대부분의 은행이 대출 고객들에게 단체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은행 창구에서 바로 가입하도록 한다. 국내에서는 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할 수도 없을 뿐더러 은행 대출창구에서 보험가입을 권유할 수도 없다.


또 신용보험이 대출에 대한 이른바 ‘꺾기’ 상품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점도 판매를 꺼리는 요인 중 하나다. 은행 대출의 경우 1억원을 빌리면 신용보험료는 통상 월 1만원도 안 되지만 대출에 따른 대가성 계약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대출 전후 한달 내에 판매한 예·적금 상품의 월 단위 환산금액이 대출금액의 1%를 초과하는 경우 ‘꺾기’로 보기 때문에 신용보험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대출 판매인으로선 가입 권유가 꺼려질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보험료가 저렴해 판매인의 수수료가 낮다는 점도 판매가 저조한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대출 창구와 보험가입 창구가 분리돼 있고 대출 승인이 난 후에 보험 가입이 가능해 대출 신청 후에 한번 더 금융회사를 방문해야 하는 등 절차상 불편함도 신용보험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에서 모바일을 통해 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는 등 편의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근본적인 제도 개선 없이는 활성화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