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제 의무' 수요자 실익 적고, 내집마련도 어려워져

완공단계 아파트를 판매하는 후분양제가 국회에서 본격 논의되고 있어 분양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인다. 분양권 전매와 같은 투기는 잡을 수 있겠지만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2일 국회와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후분양제 의무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 논의를 앞두고 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공공·민간사업자 모두 주택공정률이 80% 넘어야 분양을 할 수 있게 했다. 현재는 선분양제와 후분양제를 선택할 수 있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건설사들은 후분양만 해야 된다.

국토교통부도 공공분양엔 후분양제를 우선 도입하고. 민간기업의 후분양제 선택을 높이기 위해 주택도시기금 보증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시장에선 후분양제 도입이 분양권 투기와 부실시공을 막을 수는 있지만 실수요자에겐 실익이 없다는 시각이 많다. 공정률 80% 후분양 시 아파트 외관과 구조, 조망 등은 살펴볼 수 있지만, 실생활에 중요한 내부시설은 살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통한 분양가 조정 기능도 사라진다. 건설사가 후분양제 위험 부담을 떠안는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해 분양가를 낮출 명분이 없어진다.

공공택지의 분양가는 상한제를 적용할 수도 있지만, 민간 분양가는 '시장 논리'에 따를 수 밖에 없다.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정부의 가격 조정을 피하려고 후분양제를 고려하는 것도 오른 시세만큼 분양가를 높여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계획이다.

적은 돈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든다. 선분양제는 계약금, 중도금, 잔금을 약 2년간 나눠서 건설사에 지급하지만, 후분양제는 아파트 가격의 대부분을 목돈으로 치러야 한다. 금융당국의 대출규제로 대출가능금액도 줄어든 상황에서 서민들의 내집마련은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선분양제도 부작용이 있지만, 서민 내집마련 및 자산형성 측면에서 순기능도 많다"며 "아파트 품질과 적정 분양가를 판단하려면 공정률이 최소 90%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사도 후분양제에 따른 위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분양 방식에 따라 금융조달 구조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주택경기 불확실성 및 경기변동 리스크에 완전히 노출될 수 있어 정부가 보증 등 위험 부담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제 막 수도권에 발판을 마련하고 서울 진출을 노리는 중견건설사들에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자금력과 브랜드 인지도,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춘 대형 건설사에 비해 이자부담이 커져 분양 사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

대형건설사 임원은 "선분양제냐 후분양제냐는 결국 금융문제고 건설사의 신용도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높은 신용도를 갖춘 대형 건설사도 금융권 자금을 빌리려면 사업장의 건전성, 지급보증 가능성 등 고려해야 할 게 많은데, 중소형사는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