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선구자 '의사들의 의사' 홍완기

홍완기 MD앤더슨 교수

미국 암학회(AACR)는 암 연구와 관련해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학술단체다. 미국 암학회의 연례 학술대회에는 각국에서 매년 2만여명의 임상 전문가가 참여한다.


미국 암학회는 임상, 연구개발 등 각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올린 학자를 선정해 시상하는데, 후보에만 올라도 큰 영예다. 올해 3월에는 새로운 상이 제정된다.

한국인 출신으로 세계적인 두경부암 권위자가 된 홍완기 MD앤더슨 교수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딴 '홍완기 암 연구상(AACR- Waun Ki Hong Award for Outstanding Achievement in Cancer Research)'이다.

홍 교수는 폐와 두경부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1967년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MD앤더슨 암센터 두경부ㆍ호흡기내과 과장, 내과 분야를 총괄하는 내과부장 등을 지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후두암이 생기면 성대까지 절제했지만 홍 교수가 개발한 항암제·방사선 병합치료를 통해 목소리를 잃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해졌다. 의학 교과서에도 실리는 내용이다. 최근 의학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항암예방요법'도 그의 연구성과다.


홍 교수가 현재의 길을 걷게 된 것은 가족들의 영향이 컸다. 한의사였던 큰아버지와 의사였던 맏형(故 홍석기 뉴욕주립대 교수)의 영향을 받아 연세대 의대에 진학했고, 군 복무를 마친 1970년 미국으로 떠났다.

홍 교수는 "미국에는 몇 백 달러와 의학서적 몇 권만을 들고 무일푼으로 떠났다"며 "지금은 크게 환경이 달라졌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무모한 도전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처음에는 병원 인턴과 레지던트 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웠다"며 "특히 영어가 자유롭지 못해 환자들과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않았던 점이 가장 큰 숙제였다"고 말했다.

동료들이 쉬는 와중에도 그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환자와 가족들을 자주 찾았고 간호진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 정작 의료진이 잘 파악하지 못하는 질환이나 치료법을 듣게 됐다.

이후 보스턴 재향군인병원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하면서 암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재향군인 중 암환자가 유독 많았는데, 이들을 돌보다 보니 자연스레 진로가 정해졌다.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이후 세계 최고의 암 전문 병원으로 꼽히는 MD앤더슨 암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에서도 성실함은 빛을 발했다. 홍 교수는 현역시절 700여편에 달하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전문 학자들도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숫자다.

논문을 통해 세상에 없던 암 치료법을 알렸고 지금은 의사들이 가장 존경하는 의사로 꼽힌다.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아메리카 베스트 닥터'를 비롯해 미국 암학회 '올해의 암 연구자 상'을 받았고 가장 훌륭한 암 치료업적을 남겨야 한다는 '버처넬 상'과 '카노프스키 상'도 수상했다.

국내 재계 총수들도 홍 교수의 치료를 받은 이들이 상당하다. 홍 교수는 "내 이름으로 미국 암학회 상이 제정될지는 꿈에도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그간 경험을 살려 미국과 한국의 의료기술 교류와 공동연구 활성화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현재 엔지켐생명과학 (1,759원 ▼1 -0.06%) 특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11월 한국과 미국의 암학회 공동 미팅을 위해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