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흔들'…해외 주식 ETF로 자금 몰린다

올 들어 글로벌 증시가 조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글로벌 지수를 추종하는 해외 주식형 ETF(상장지수펀드)가 새로운 틈새 재테크 상품으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신흥국과 미국, 일본의 4차산업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유망 투자처로 꼽으며 투자 성향에 맞는 레버리지ETF 등 투자 확대를 조언했다.

◇저가매수 기회…해외 ETF로 자금유입=23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연초 이후 국내 증시에 상장된 역내 해외 ETF에 210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 됐다. 지난 1년간 3200억원이 유입된 것을 고려하면 올 들어 순유입세가 가파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직접투자 종목 중 홍콩 증시에 상장된 차이나 인덱스 ETF에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데 이어 올 들어서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바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게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ETF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글로벌 증시가 단기 조정 후 다시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저가매수를 늘리고 있다는 얘기다.

유동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글로벌 증시는 3개월 정도 변동성 장세를 보이다 늦어도 상반기 중 다시 상승한 뒤 연말까지는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최근 해외 ETF를 저가 매수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4차산업주 ETF 투자유망…레버리지 투자도 고려할만해=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해외 ETF에 투자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중국, 베트남 등 신흥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의 4차산업과 IT, 바이오헬스주 등을 추종하는 해외 ETF에 투자할 것을 추천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국 지수를 추종하는 ETF 중 저렴한 보수와 풍부한 유동성을 갖춘 상품이나 수출주 비중이 큰 중국 본토 증시 대형주에 투자하는 CSI300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 등을 눈여겨볼 만 하다"고 말했다.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투자성향에 맞춰 글로벌 지수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투자도 고려해 볼 만하다. 증시가 반등하면 글로벌 지수 수익률을 그대로 추종하는 일반 ETF보다 고수익을 올릴 수 있어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신흥국, 한국투신운용 베트남, 삼성자산운용 차이나, 한화자산운용 HSCEI 등 레버리지 ETF 상품은 지난 1년간 펀드 수익률이 30%~60% 수준에 달해 해외 ETF 중 상위권에 이름을 올랐다.

이정환 삼성자산운용 ETF솔루션 본부장은 "글로벌 증시가 단기 급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처럼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경우 자산 리밸런싱(재조정) 일환으로 자신의 투자성향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레버리지 ETF 등을 활용하는 투자전략도 검토할 때"라고 지적했다.

◇리스크 관리 필요…세금 문제도 따져봐야=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만큼 사전에 해외 ETF의 추적오차와 괴리율 등 리스크를 따져본 뒤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가 가격이 비쌀 때 사고 쌀 때 파는 우를 범할 수 있어서다.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본부장은 "추적오차와 괴리율 등의 절대값이 클수록 그만큼 시장 급변동 시 손실이 커질 수 있다"며 "주가 조정기에 실제 가치보다 고평가된 주식을 매입한 뒤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락하면 손실 우려로 서둘러 매도에 나서 손실을 키우는 경우가 많아 리스크 관리가 필수"라고 말했다.

괴리율은 ETF의 순자산가치와 매수, 매도 호가에 따라 결정되는 시장가격 차이로 절대값이 클수록 추종지수의 등락을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ETF 수익률과 추종지수 수익률의 차이인 추적오차가 크면 역시 그만큼 ETF가 추종지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시장 변동성에 취약한 것으로 본다.

이밖에 역내, 역외 해외 ETF 중 향후 매매차익에 대한 절세효과를 따져본 뒤 적절한 투자 방석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통상 금융소득이 많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역외 ETF, 대상자가 아니면 역내 ETF에 투자하는 게 상대적으로 절세효과가 더 크다.

역내 해외 ETF는 배당소득세(15.4%)와 별도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금융소득 연 2000만원 이상)만 매매차익에 따라 세율이 최대 44%에 달하지만 역외 해외 ETF는 배당소득세와 별도로 매매차익에 대해 일률적으로 비과세 250만원 초과분만 양도소득세 22%가 적용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