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서 '빵빵'…두 바퀴 무법자, 자전거와 오토바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4가 사거리에서 한 오토바이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사진=김영상 기자

#올해 1월 김모씨(64)는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화들짝 놀랐다. 뒤쪽에서 갑자기 큰 엔진 소리가 들려 돌아보려던 순간 오토바이가 김씨의 옆을 휙 지나갔다. 김씨는 "순식간에 지나가 너무 놀랐다"며 "빠르게 몸을 피하기도 힘든 처지인데 부딪혔으면 큰 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이달 중순 인도에서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던 최모씨(35)는 마주 오던 자전거와 부딪혔다. 살짝 부딪힌 정도라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인도에서 자전거를 탔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하지만 상대방은 "스마트폰 때문에 앞을 보지 않은 것이 문제 아니냐"며 오히려 최씨에게 화를 냈다.

인도 위를 누비는 무법자, 오토바이와 자전거 때문에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인도를 다니는 행태는 엄연한 불법이지만 너도나도 멋대로 운행하는 통에 대다수 시민들이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배달 업체가 많이 모인 곳이나 전통시장 주변에서 문제가 많이 발견됐다. 취재진이 22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옆 청계4가 사거리에서 약 1시간을 지켜본 결과 오토바이나 자전거가 차도가 아닌 곳을 운행한 사례는 100건이 넘었다.

거리에서는 보행자를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곡예 주행이 이어졌다. 오토바이나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은 채 그대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경우도 자주 목격됐다. 횡단보도를 이용할 때는 안장에서 내려서 끌고 가야 하지만 대부분 지키지 않았다. 자칫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당장 편한 게 우선이라는 식이다.

서울 종로구 인도에서 한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사진=김영상 기자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인도에서 운행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차도가 아닌 곳에서 주행할 경우 오토바이에 범칙금 4만원과 벌점 10점, 자전거에는 범칙금 3만원을 부과할 수 있다. 횡단보도에서 운행할 경우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실제 피해도 작지 않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6년 인도에서 발생한 대인 교통사고 중 오토바이(원동기장치자전거 포함)와 자전거가 일으킨 사고는 전체의 22.8%(371건)를 차지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397명이 다쳤다. 오토바이·자전거가 인도에서 낸 교통사고는 △2013년 372건 △2014년 442건 △2015년 561건 등으로 매년 500건 안팎씩 발생한다.

박천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횡단보도에서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행위는 보행자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특히 자전거 이용자도 보행자로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모두 단속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범칙금을 물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교통경찰이나 모범운전자가 규정을 위반하는 사람에게 옐로카드를 보여주는 방식을 도입하면 자발적으로 잘못을 깨우치도록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석 도로교통공단 사회교육총괄은 "시민들이 제대로 된 법 규정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가벼운 위반이라고 생각해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