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 미스터리 실마리는 '쌍둥이 적자'

2017년 1월 후 달러 인덱스(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 추이/자료=블룸버그

미국 달러 가치가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떨어지는 ‘수수께끼’의 단초가 ‘미국의 쌍둥이 적자(재정·경상수지 동반적자)’라는 진단이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와 재정부양책이 쌍둥이 적자 우려를 키워 이 같은 현상을 낳았다는 지적이다.

21일(현지시간) 기준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올해 들어 2.8%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년 고점인 2.9%로 상승했다. 금리가 높아지면 해당 통화가치도 높아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미국 금리와 달러 사이엔 이 관계가 들어맞지 않고 있다.


마켓워치는 쌍둥이 적자 우려가 이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단은 트럼프 정부의 감세안과 예산안으로 미 정부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확대될 거란 우려다.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이 추진해 지난해 말 확정된 세제개편안은 감세로 향후 10년간 1조5000억달러의 세수를 줄인다. 또 이달 트럼프가 서명한 예산안은 2년간 3000억달러의 정부지출을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세수가 줄고 세출이 늘어나면 재정적자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폭이 상당한 수준이 될 것이란 점이다. JP모간은 감세와 새 예산안으로 2017회계연도 GDP(국내총생산) 대비 3.4%던 미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2019회계연도에 5.4%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모간스탠리도 "감세에 정부 지출 증가가 더해지며 미 정부 재정적자가 2차 대전과 대공황 후 가장 큰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 정부의 재정확대가 경기 호황기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정부는 경기가 풀리는 시기엔 재정부양책을 쓰지 않는다. 그럼에도 트럼프 정부는 '보기 드문' 재정정책에 나섰다.


얀 해치우스 골드만삭스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연방정부 재정정책이 전례 없는 영역에 들어가고 있다"며 "이미 부채 수준이 상당하고 미 경제에 추가 재정부양책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 의회가 최근 두 달 동안 정부 재정적자를 상당히 키울 수 있는 법안을 두 번이나 의결했다"고 지적했다.

경기 확장 국면의 재정적자는 일반적으로 더 강력한 내수로 이어진다. 강력한 내수는 수입을 늘려 경상수지 적자를 확대한다. 현 GDP 대비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각각 3.4%, 2.1%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두 적자 비중의 합이 이미 6%에 육박한 것도 상당한 수준인데, 심지어 이 수치가 감세 및 재정부양책 영향을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불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개선되는 때에 미국의 적자가 커지는 상황은 미 금리 상승과 달러 가치 하락의 조합을 설명할 수 있는 단서다. 전 세계적으로 투자와 소비가 늘면 자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 미국이 메워야 하는 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본 수요도 증가하면 미국 입장에서 그만큼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한스 레데커 모간스탠리 투자전략가 역시 이번주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에 대한 전망을 하향조정하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쌍둥이 적자 확대 가능성을 지목했다. 그는 "1980년대 미국의 재정확대는 강달러와 동시에 일어났지만 이번엔 다르다"며 "세계 경제가 개선되고 자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는 건 미국이 적자를 메우기 위한 자본 유치를 위해 더 격렬한 경쟁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의미하고, 이는 더 높은 금리와 달러 약세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