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담보 요구한 부평공장, 땅값만 1조…산은 "반대"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GM이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한국GM 차입금 7220억원을 연장하는 대신 부평공장을 담보로 제공해 줄 것을 요구했다. 부평공장은 땅값만 1조원이 넘는 한국GM의 핵심자산이다. 한국GM의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은 공장담보 승인에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오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7220억원 규모의 차입금 만기 연장과 차입금에 대한 담보설정을 다룰 예정이다. GM은 차입금에 대한 담보로 부평공장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진다. 7220억원의 신용대출을 담보대출로 바꾸는 셈이다.

이사회에는 산은에서 추천한 사외이사들도 참여한다. 사외이사들은 담보설정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고, 만기 연장 건에 대해서 이자율을 낮춰달라는 요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 도래하는 7220억원 규모 차입금의 이자율은 연 5.3%로 이자율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GM이 담보물로 요구한 부평공장은 총면적 99만1740㎡(30만평)에 2016년 기준 공시지가만 1조200억원에 달하는 핵심 자산이다. 한국GM은 부평공장 장부가를 6832억원으로 설정해놨는데, 전체 유형자산(3조9400억원)의 17.3%를 차지한다.

부평공장이 담보로 설정되면 한국GM이 파산할 경우 GM에게 우선변제권이 주어진다. 한국에서 철수를 하더라도 차입금의 상당량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셈이다. 2월 기준 한국GM이 본사에 차입한 금액은 약 2조9000억원이다.

GM은 2015~2016년에도 공장담보를 요구했다. 공장담보는 주총특별결의사항에 해당해 산은은 주총에서 거부권을 행사해 이를 막았다. 소수주주권 행사를 위해서는 15% 이상의 지분이 필요한데 산은 현재 1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공장담보 요구도 이사회를 통과해 임시주총에 상정될 경우 산은은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 관계자는 "공장 담보 제공은 여전히 주총 특별 결의사항이기 때문에 85%의 찬성 의결이 필요하다"며 "만일 주총에 해당 안건이 올라오면 지난 사례와 마찬가지로 반대 의견을 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산은의 반대가 예상됨에도 공장 담보를 요구하는 GM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고 지적한다. 안건이 부결되면 GM은 한국GM의 유동성 위기 상황의 책임을 산은에 떠넘길 수 있다.

또 GM이 가진 힘을 보여주기 위한 측면도 있다. GM이 일방적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해 보유 지분을 높이면 상대적으로 산은의 지분이 떨어져 공장담보를 막을 수 없다. 2009년 GM은 일방적 유상증자로 산은의 지분을 28%에서 17%로 낮춘 적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일방적인 유증을 실시해 산은의 보유 지분을 낮출 경우 그나마 갖고 있던 소수주주권도 사라진다"며 "산은이 GM의 유증 참여 요구를 반대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