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트럼프 '환율전쟁' 우려…美 겨냥 "합의 지켜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사진=블룸버그

유럽중앙은행(ECB)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발(發) '환율 전쟁'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의 의도적인 달러 약세 유도를 경계하는 발언이 22일(현지시간) 공개된 지난달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서 확인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지난달 24~25일 ECB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는 "국제 무대에서 환율의 전개에 대해 언급한 최근 발언들에 대해, 더 넓게는 광범위한 국제관계 상태에 대한 우려가 표현됐다"며 "환율에 대한 합의가 고수돼야 할 중요성이 강조됐다"고 기록됐다.


최근 발언이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의 "달러 약세가 미국에 좋다"를 지칭한 것이며, 환율에 대한 합의는 각 국가의 경쟁적인 통화절하 금지를 의미한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앞서 므누신의 발언을 강력히 비판한 바 있는데, 이 같은 드라기의 의견이 다른 ECB 통화정책위원들과 공유되고 있는 게 확인된 것이다.

므누신은 지난달 24일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약달러는 분명히 우리(미국)에게 좋다"며 "무역과 기회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므누신의 발언은 미국이 강달러 정책을 폐기할 것이란 신호로 해석되며 당시 외환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므누신은 이후 이 발언이 단기적으로 약달러가 미국의 무역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가리킨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보호무역을 조장해 온 트럼프 정부가 달러 약세를 바라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의심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드라기는 므누신이 발언한 다음날 "미국 정부는 자국 통화가치 절하를 금지하고 있는 국제 통화시스템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달러가치 절하로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오르게 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도 난처해진다.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고 유로존 수입물가가 하락해 ECB의 인플레이션 목표 도달이 더 어려워져서다.


한편 지난달 회의에서 ECB 일부 매파(통화긴축 선호) 의원들은 포워드가이던스(선제안내)에서 양적완화(QE)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치우쳐 있는 문구를 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록은 "일부 위원들이 인플레이션 경로의 지속적인 조정에 따른 강화된 자신감을 반영하기 위해 QE 프로그램 고려 쪽으로 치우친 문구를 빼는 걸 선호한다고 표현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러나 이 같은 조정이 이르고 더 강력한 신뢰에 의해 아직 정당화되지 못한다고 결론났다"고 덧붙였다.

ECB는 현재 매월 300억유로의 역내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2조5000억유로 규모 QE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ECB의 QE는 일단 오는 9월까지 진행된다. 추후 연장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나 시장에선 9월 종료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