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이어 이란도 가상통화 도입 추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의 대통령 궁에서 가상통화 '페트로' 도입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이란이 가상통화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나섰다. 베네수엘라가 최근 '페트로'(petro)라는 가상통화의 사전 판매에 돌입한 가운데 나온 행보다. 두 나라 모두 미국의 강도 높은 금융제재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2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모하마드 자바드 아자리 자흐로미 이란 정보통신기술부 장관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국영 은행인 포스트뱅크가 가상통화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블록체인 기술 기반 디지털통화에 대한 포스트뱅크 이사회 회의에서 이란 최초의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통화를 도입할 수 있는 조치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란 현지 매체인 이란프론트페이지도 같은 날 아자리 자흐로미 장관의 언급을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란 중앙은행이 다른 기관들과 가상통화를 통제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가상통화 도입 가능성을 타진하는 게 미국을 제재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이란은 201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6개국과 역사적인 핵협정에 합의했다. 덕분에 핵 개발 의혹으로 10여간 지속된 국제 제재에서 벗어났지만 미국은 금융제재 등으로 아직 이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핵협정 파기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란에 가상통화는 미국의 금융제재를 피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미국의 제재 압력을 받고 있는 베네수엘라도 지난 20일 자체 가상통화인 페트로의 사전 판매에 돌입했다. 페트로는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원유, 천연가스, 금, 다이아몬드 등의 자원을 기반으로 한 가상통화다. 이름처럼 가격은 이 나라에서 생산하는 원유 가격에 고정(peg)된다. 금 1온스의 가격을 35달러로 고정한 금환본위제도, 이른바 브레튼우즈 체제와 다를 바 없는 셈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1페트로가 자국산 원유 1배럴(약 159ℓ)과 똑같다고 주장한다. 60억달러(약 6조4000억원) 규모인 1억페트로를 발행한다는 방침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사전 판매 첫날인 지난 20일 페트로로 7억35000만달러(약 7967억원)를 조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해 9월에 낸 보고서에서 각국 금융당국이 언젠가 거래 편의성 등을 이유로 자체 가상통화를 발행하게 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중국, 러시아, 일본, 스웨덴, 싱가포르 등이 이미 자체 가상통화 도입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FRB가 직접 가상통화를 발행하는 데 대해 자신은 매우 신중한 입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