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6.5조 투입해 '화성 EUV 라인' 구축…초미세화 공정 시동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라인 조감도/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78,600원 ▲3,100 +4.11%)가 '반도체 초미세화 공정'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건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경기도 화성캠퍼스에 약 6조5000억원을 투입해 EUV(Extreme Ultra Violet·극자외선)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미세화 공정을 통한 최첨단 반도체 양산에 돌입한다.

삼성전자는 23일 경기도 화성캠퍼스에서 '삼성전자 화성 EUV 라인 기공식'을 열고 생산라인 건설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유일하게 생산하는 EUV는 반도체 미세화 공정에서 '키'를 쥐고 있는 핵심 장비이자 기술이다. EUV는 미세한 파장을 광원으로 사용해 초미세 회로를 한번에 그릴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이를 도입한 것은 미세화 공정을 통한 각종 메모리 양산으로 가는 교두보인 동시에 이 분야의 문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최근 추세가 한 자리 수 나노단위까지 미세화가 자리 잡는 분위기인 만큼 삼성전자는 미세화 공정에서도 '초격차'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기존 ArF(불화아르곤) 광원보다 파장이 짧은 EUV 장비를 도입해 기술 리더십을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 EUV를 처음 도입한 바 있으며, 그동안 실제 양산에 적용하기 위해 준비해왔다. 지난해 5월 EUV 노광 기술을 적용한 7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선보이는 등 화성 파운드리 신공장에 EUV 기술을 적극 도입하며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벌이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EUV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반도체의 성능과 전력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무엇보다 생산성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3년 동안 EUV 라인의 초기 투자 규모를 60억 달러(약 6조4752억원)로 잡았다. 라인이 가동된 이후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투자를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와 ASML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2012년 차세대 노광기(반도체 웨이퍼 원판 위에 빛을 쏴 패턴을 새기는 포토 공정) 개발 협력을 위해 ASML의 지분 일부(3%)를 인수했다가 2016년에 1.5%(630만주, 6000억원대)를 매각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지분을 매각한 회사와 협력 관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EUV 생산라인이 모바일과 서버, 네트워크, HPC(고성능 컴퓨터) 등 '고성능·저전력' 특성이 요구되는 최첨단 반도체 시장의 요구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7나노 파운드리 공정(7LPP, Low Power Plus) 기반의 첫 고객으로 퀄컴을 잡고 5G(5세대) 칩을 생산하기로 확정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이번 화성 EUV 신규라인 구축으로 화성캠퍼스는 기흥·화성·평택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클러스터'의 중심이 될 것"이라면서 "7나노 이하 파운드리 미세공정 시장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