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거래소에 선착순 투자하세요"…투자자 현혹 우려

미국 빅데이터업체 PSI 인터내셔널의 한국 홈페이지내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오픈 계획/ 자료=PSI 홈페이지 캡처

가상통화(암호화폐) 열풍을 등에 업고, 2000년대 초반 개인투자자들의 '묻지마 벤처투자'가 재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나스닥 거래소 상장을 추진 중인 미국 소재 빅데이터업체 피에스아이 인터내셔널(이하 PSI, 대표:리처드 설, 한국명 설경수)은 최근 국내 한 일간지에 "미국 차세대 가상화폐거래소의 주주가 되세요"란 광고를 내고 투자 자금을 모집하고 나섰다.

한국계 정보기술(IT)기업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되는 기업임을 강조하며 선착순으로 입금을 받고 있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분산원장기술)과 빅데이터 전문 기업을 강조하고 있다.

광고 내용으로는 미국 내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에 대한 투자금을 모집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PSI 한국지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중 미국에 거래사이트를 열 것이란 계획 외에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PSI 한국지사 관계자는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상장승인을 받았으며 공모주식 청약을 마치면 곧바로 나스닥 거래가 시작된다"며 "상반기 중 해킹에 안전한 차세대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구축 사업과 의료분야 빅데이터 및 블록체인 기술 적용 사업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홈페이지에도 PSI는 빅데이터 기반의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개발 중이며 올해 상반기 중에 차세대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를 오픈한다고 밝히고 있다. 거래사이트 이름은 '코인페어(Coin Fair)'라고 지었다. 역대 가장 많은 가상통화가 거래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SEC에 제출한 기업공개신청서(IPO filing)에는 가상통화나 블록체인, 거래사이트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다. 코인페어 오픈은 현재까지 PSI의 계획일 뿐이다. 해당 사이트도 주소만 공개됐을 뿐 작동을 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도 최근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에 대한 규제와 압박이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SEC는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가상통화 공개(ICO) 기업의 자금을 동결했고 페이스북도 ICO와 가상통화 광고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PSI는 앞서 2015년 초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가 돌연 철회한 바 있다. 한국거래소 예비심사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현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최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통화 인기에 편승해 불법적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해외 규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만큼 거래사이트 오픈 소식만 가지고 섣불리 투자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