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투자해 최대 17억 벌어 '재건축 마법' 도곡렉슬

최근 서울 소재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의 초과이익 부담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조합원 1인당 최고 8억4000만원의 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발표한 이후부터다.

초과이익 부담금은 재건축 사업으로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이 3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금액의 최대 50%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부담금이 8억4000만원이라는 것은 조합이 설립된 이후 집값이 16억원 이상 상승했다는 의미다.


정부가 '초과이익 환수' 규제를 빼 든 것은 2000년대 초반 강남권 재건축 열풍의 영향이 컸다. 당시 반포, 잠실, 도곡 등에 있던 저층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수억 원씩 집값이 뛰었다. '도곡렉슬'이 그 중심에 있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경/ 사진=민동훈 기자

도곡렉슬은 1977년 지어진 도곡주공1차를 재건축한 곳이다. 재건축 전엔 5층 높이 2450가구 규모였고 도곡동 일대 저밀단지 중에선 가장 큰 단지였다. 대단지이면서도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지상층 연면적 비율)이 70%대로 낮아 용적률을 높여 고층으로 재건축하면 높은 수익을 거둘 것이란 기대가 컸다. 2001년 주민들이 재건축조합을 결성하고 사업에 속도를 내자 가격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2000년 초 2억3000만원 정도였던 43㎡(이하 전용면적)는 2001년 3월 조합 결성 후 3억원 초반대로 가격이 뛰었다. 재건축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2002년 1월에는 5억원으로 오르더니 그해 8월에는 6억5000만원으로 상승했다.


사업계획에 따라 용적률은 273%로 약 4배 높아졌고, 가구 수는 3001가구로 늘었다. 2002년 말 환급·분담금을 확정하고 조합원 분양을 시작하자 기대감은 현실이 됐다. 관리처분계획에 따르면 43㎡를 소유한 조합원은 84㎡를 신청한 경우 2000만원을 환급받을 수 있었다. 2배 넓은 집을 소유하게 되면서 현금 2000만원을 돌려받는 것이다. 120㎡를 분양신청해도 분담금이 1억8500만원에 불과했다.

2000년대 초 부동산 호황기와 맞물려 가격은 지속적으로 뛰었다. 2년 반의 공사기간을 거쳐 2006년 1월 재건축이 완료된 뒤에는 새 아파트 프리미엄에 가격 급등세가 나타났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입주 직후 2006년 2월 도곡렉슬 120㎡ 매매가는 16억3000만원을 기록한 뒤 불과 3개월 만에 18억8000만원으로 뛰었다. 2007년 1월에는 20억9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2000년 도곡주공1차 43㎡를 2억3000만원에 매입해 분담금 1억8500만원을 주고 120㎡를 분양신청했다면 총 투자금은 4억1500만원. 이를 2007년 20억9000만원에 매각했다면 7년만에 16억7500만원을 벌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익률은 400%에 달한다.

2008년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2013년 한때 가격이 13억원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19억원대로 상승해 과거 시세를 거의 회복했다. 인근 타워팰리스 가격이 지난 10여년 간 뒷걸음질친 것과 대조적이다.

도곡렉슬은 재건축 성공사례로 꼽히지만 과도한 사익 형성에 대한 비판도 함께 받았다. 단지 용적률 상향으로 도시기반시설 부담은 지역주민들이 같이 지는데, 재건축에 따른 이익은 특정 단지 거주자들에게만 귀결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과도한 재건축 이익을 일부 환수하는 초과이익 환수제를 본격 논의하기 시작했고 2006년 관련 제도가 마련됐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2012년부터 시행이 유예됐으나 올해 1월 부활했다. 초과이익 환수로 인해 예전 같은 고수익을 기대하긴 어렵게 됐으나 반포 저층단지 등에선 여전히 기대감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