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한 달 걷었는데 돈 더 풀겠다는 정부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추경)편성 가능성을 열어놨다. 올해 예산안이 국회에서 확정된지 2달여 만에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며 씀씀이를 늘리겠다는 것이어서 현실화하기까진 진통이 예상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기자 간담회에서 '추경 재원 여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청년 고용과 관련해 특단의 대책을 준비 중이고 필요하다면 추경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추경을 위한 초기 검토에 착수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다음 달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할 때까지는 추경 추진 여부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추경을 19번 발표했는데, 1분기에 추경 계획을 확정한 것은 3번밖에 없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과 1999년,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이다. 추경이 1분기에 국회 절차까지 마친 것은 1998년 한 차례다.

정부가 연초에 추경 카드를 좀처럼 꺼내지 않는 이유는 판단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나랏돈을 더 풀 만큼 경제 사정이 다급한지 따져볼 분석 기간 자체가 짧다. 재원 측면에선 추경에 활용할 여윳돈을 파악하기 위한 세수 정보가 많지 않다. 예산 집행률도 낮아 재정을 더 투입할 명분 역시 약하다.

현재까지 확실한 추경 재원은 지난해 일반회계 세계잉여금뿐이다. 세계잉여금은 정부가 한 해 동안 쓰고 남은 돈이다. 특별회계를 제외한 일반회계 세계잉여금 중 지방교부세·교부금 정산(일반회계 국세 초과징수분의 약 40%),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국가채무 상환에 사용하고 남은 돈을 추경 재원으로 투입할 수 있다.

이에 따른 추경 재원은 2조380억원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서 나오는 '추경 20조원설'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2009년 슈퍼 추경(28조4000억원) 이후 단행된 네 번의 추경은 모두 10조원을 넘었다.

그 다음 재원으로는 빚(국채 발행)과 초과 세수를 생각할 수 있다. 국가 채무를 늘리는 국채 발행은 정부 부담이 크다. 정부는 2016년부터 2년 연속 '국채 발행 없는 추경'을 실시했다.

초과 세수 규모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현재까지 세수 실적은 1월분 뿐이다. 이 성적도 3월에야 공개된다. 초과 세수를 가늠할 수 있는 법인세(12월 결산법인), 종합소득세 신고는 각각 3월, 5월에 이뤄진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기업 영업실적이 호조를 보여 올해 법인·소득세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근 집계된 지난해 국세수입(265조4000억원)은 이미 올해 전망치(268조2000억원)에 육박했다. 작년보다 약 3조원만 더 걷어도 올해 전망치를 넘어서는 것이다. 지난해 국세는 전년 대비 22조8000억원 늘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작년 실적이 워낙 좋았고 경제도 견실하다"며 "올해 세수도 '대풍'이냐 '풍년'이냐의 차이"라고 말했다.

법적인 추경 편성 요건에 합당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국가재정법에 추경은 △전쟁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등의 경우만 제한적으로 편성할 수 있다. 기재부는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을 든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에 따른 실직 사태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청년실업이 그동안 누적된 문제라는 점에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월 지방선거용 추경이라는 비판도 나올 수 있는 대목이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