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올림픽] ④설상 최초 금메달, '아이언맨 윤성빈'

윤성빈이 16일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스켈레톤 남자 결승 3차 주행에서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평창=뉴스1

2018 평창동계올림픽 최고의 '깜짝' 스타는 '아이언맨' 윤성빈(24)이다. 아시아 최초 썰매 종목 금메달, 대한민국 최초 설상 종목 금메달 등 스켈레톤 종목 최초 타이틀을 여럿 가져가며 지난 설날 국민을 향해 '금빛 세배'를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윤성빈의 적수가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 지난 15~16일 평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스켈레톤 결승 주행에서 윤성빈은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종합 3분20초50을 기록하며 은메달리스트 니키타 투레구고프(23, OAR)의 기록과 1.63초 차이를 벌렸다.

0.01초 단위로 승부가 갈리는 스켈레톤의 세계에서 1초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2위인 투레구고프는 3위인 돔 파슨스(31, 영국)와 불과 0.02초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유일한 적수로 평가받았던 마르틴스 두쿠르스(34, 라트비아)도 힘을 쓰지 못했다. 두쿠르스는 8년 동안 스켈레톤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해 '황제'로 불렸지만, 2017-2018 시즌에는 윤성빈이 혜성처럼 등장해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하며 2위에 머물렀다. 이번 올림픽은 두쿠르스에겐 설욕전이자, 윤성빈에게는 방어전이었다.

이변은 없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두쿠르스는 윤성빈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윤성빈은 레이스마다 꾸준히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줬고, 컨디션이 들쑥날쑥한 두쿠르스는 가장 잘했을 때인 3차 주행(50.32)에서도 윤성빈이 가장 못했을 때의 기록(50.28)을 깨지 못했다.

윤성빈이 지난 16일 평창 메달플라자에서 금메달을 받은 후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평창=뉴스1

윤성빈의 적수는 윤성빈 자신뿐이었다. 1차 주행 때는 두쿠르스가 세웠던 50.64초의 트랙 기록을 50.28초로 갈아치웠고, 2차 때는 자신의 기록을 50.07초로 갈아치웠다. 마지막 4차 주행 때 50초02에 들어오면서 다시 한 번 기록을 경신했다.


윤성빈의 장기인 스타트 기록은 그 어떤 선수도 넘볼 수 없었다. 시작선에서 50m까지 걸리는 시간을 스타트라고 부르는데, 다른 선수들이 4.6초 중반대를 유지할 때 윤성빈은 2차 주행에서 4.59초 스타트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두쿠르스는 내 상대가 안된다"며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 금메달리스트도 한때는 썰매를 타는 게 너무 무섭다고 포기하고 관둘 결심한 적도 있다. 훈련한 지 3개월 만에 국가대표로 발탁돼 온갖 고초를 겪은 윤성빈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 참가마저 고민했었다. 결국 참가한 소치에서는 27명 중 16위를 했다. 윤성빈은 당시를 회고하며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싶어 분통이 터졌다"며 절치부심한 계기를 설명했다.

이번 금메달도 거저 딴 것이 아니다. 윤성빈은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스켈레톤 월드컵 8차 대회를 불참하고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에서 380회에 걸쳐 트랙 적응 훈련을 했다. 윤성빈의 1~4차 주행을 분석하면 주행 동선이 그대로 일치한다. 수많은 훈련과 담금질의 결과다.

윤성빈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스켈레톤 종목은 이제 끝이 아닌 정말 시작"이라며 그의 담금질과 세계 정상을 향한 질주가 계속될 것을 예고했다. '아시아 최초'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행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