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정성평가 학종기록 정량화하는 과정 투명하게 공개해야"

대학입학제도의 공정성 논란을 최소화하려면 대학이 정성적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기록을 정량화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교육부가 23일 서울시 서부교육지원청에서 연 4차 대입정책포럼에서 김평원 인천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대입 제도의 공정성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각'이란 발제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대입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는 학생의 다양한 활동을 다면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 타당도가 높다"며 "그러나 높은 타당도에 걸맞게 신뢰도가 어느 수준 이상 보장돼야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부는 기록할 때 정성적이지만, 대입에서 합격과 불합격을 사정하기 위해선 결국 정량화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또 "학생의 역량은 학생과 교사 모두 알고 있는 '객관적 역량'과 학생은 모르지만 교사가 파악하고 있는 '잠재적 역량', 교사는 모르지만 학생이 자각하고 있는 '은폐된 역량'으로 구분할 수 있다"며 "학생과 교사가 모두 모르는 '미지의 영역'을 제외하고 잠재된 역량과 은폐된 역량을 최대한 객관적 역량으로 드러내 기록하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수능에 대한 공정성 논의는 상위 15개 대학을 위한 논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발제자인 안성환 대진고 교사는 "과거 수험생 80만명 시대에는 40만명이 5등급이었지만, 수험생 40만명 시대인 5등급은 20만명"이라며 "지금은 나머지 20만명도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하는 절박한 시대가 됐는데 반복 학습을 강조하는 수능체제가 타당한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온 주재술 울산과학기술원(UNIST) 리더십센터팀장은 "교육활동의 과정·결과를 계량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수량화한 양적 지표를 통한 객관성보다 맥락에 따른 해석을 바탕으로 질적 균형을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팀장은 "국가교육 제도가 지향하는 목적 또는 목표의 핵심은 사교육과의 전쟁이 아니라 공교육 자체의 기능과 역할을 충실히 다해야 한다는데 있다"고도 했다. 그는 "학생 선발 역량을 높이기 위해 대학 입학사정관에 대한 신분 보장과 강도 높은 전문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진택 경희대 책임입학사정관은 "전문성을 갖춘 입학사정관 규모를 고려하면 학종 선발인원을 확대하기보다는 내실화에 초점을 둬야할 시기"라며 "특정 소수가 학생의 당락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다수가 참여하고 각 전형단계별로 독립성을 갖추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형자료 간소화보다 신뢰성을 더 높여 대학에서 제대로 신입생을 뽑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공정성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