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올림픽] ⑤4년 준비했는데 4초안에 망가진 선수

지난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 예선 경기에서 북한 정광범(가운데)이 넘어지고 있다. /강릉=뉴시스

4년마다 치러지는 올림픽을 위해 선수들은 그 4년을 죽기 살기로 훈련에 매진한다. 단 4초 만에 그 노력이 물거품이 된 선수들이 있어 화제다.

◇ "시작이 반이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그 반도 시작 못 한 선수들이 있다. 지난 19일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결승에서 폴란드의 아르투르 노갈(28)은 시작 1초 만에 스케이트 날이 얼음에 걸리며 넘어졌다. 노갈은 4년간의 노력이 1초 안에 무너졌다는 충격에 빠진 듯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곧 충격을 딛고 일어나 관중의 격려의 박수를 받으며 레이스를 58초71로 완주했다.

'황대헌 도우미' 영상으로 화제가 된 북한의 정광범(17) 선수도 시작이 좋지 못했다. 지난 20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쇼트트랙 500m 예선 7조 경기에서 시작하자마자 3초 안에 넘어졌다. 쇼트트랙 규정상 첫 바퀴에 넘어지면 재시작을 한다. 그러나 주어진 두 번째 기회에서도 정광범이 시작 6초 만에 넘어졌다. 정광범은 다시 일어나 레이스를 완주했지만 심판진이 비디오 판독 후 그를 실격처리했다. 경기 종료 후 대한민국 황대헌(19)이 정광범에게 다가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 "용두사미"

반면 시작은 좋았으나 마무리가 좋지 못해 아쉽게 메달을 놓친 이도 있다. '황제'라 불리며 윤성빈 이전 8년 동안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한 마르틴스 두쿠르스(34)는 메달을 막바지에 놓쳤다. 지난 15~16일 평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스켈레톤 결승 주행에서 앞선 1~3번의 주행 동안 두쿠르스는 2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4차 주행에서 삐끗하며 메달을 놓쳤다.


시작부터 첫 번째 체크포인트까지는 수월했다. 그러나 2차 체크포인트 들어가기 4초 전 벽에 부딪히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이후 이어진 레이스에서 두쿠르스는 평정심을 잃은 듯 운영이 매끄럽지 못했고, 결국 50.76초로 레이스를 마치며 종합 5위로 떨어졌다. 찰나의 실수가 4년간의 노력과 4번의 주행을 물거품으로 만든 셈이다.

미국 린지 본이 지난 22일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알파인 스키 여자 복합 회전 경기에서 완주하지 못한채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정선=뉴스1

미국의 '스키 여제' 린지 본(34) 역시 마지막 레이스에서 실수했다. 22일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알파인스키 복합 결승에서 회전 종목서 깃발 하나를 놓쳐 실격했다. 알파인스키 복합은 활강과 회전으로 나뉘는 데, 활강은 슬로프를 빠르게 내려오는 데 중점을 두고 회전은 조밀하게 놓인 깃발을 방향전환을 통해 터치하며 내려오는 데 중점을 둔다.

월드컵 최다승(81승)을 자랑하는 본은 22일 이미 활강에서 1위를 한 상태로 평소의 기량만 발휘했더라면 금메달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본은 레이스 시작 10초 안에 깃발 하나를 놓쳤다. 레이스를 멈춘 즉시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본 역시 찰나의 실수로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하나 놓치게 됐다. 알파인스키 복합 금메달은 스위스의 신예 미셀 지생(25)이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