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의 '문체부 좌천 압박'은 왜 무죄일까?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2)에 대한 1심 선고 형량은 검찰 구형량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핵심 죄목이었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가운데 상당 부분이 무죄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이유가 뭘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지난 22일 우 전 수석에 대해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선고하며 △문체부 국·과장 6명을 부당하게 좌천시킨 혐의 △백모 전 문체부 감사담당관을 좌천시킨 혐의 △K스포츠클럽 사업을 부당 감찰하려 한 혐의 등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검찰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혐의들이다. 검찰은 모두 유죄를 주장하며 징역 8년을 구형했었다.



앞선 재판에서 검찰은 우 전 수석이 문체부 국·과장들에 대한 '억지 세평'을 모아 좌천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 지시는 최씨로부터 내려온 것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었다. 최씨가 문화체육 사업 이권을 챙기기 위해 문체부를 장악하려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만한 주요 간부들을 내쳤단 것이다.

검찰은 최씨가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을 통해 국·과장들을 뒷조사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66)에게 보고서를 올려 우 전 수석에게 지시가 하달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백모 전 감사담당관의 좌천도 외부의 부정한 청탁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K스포츠클럽 부당 감찰 혐의도 최씨와 연관돼 있다고 봤었다. 이 사업에 1000억원 규모의 정부 예산이 투입될 계획이라는 점을 최씨가 알고 가로채려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최씨가 민정수석실 감찰로 꼬투리를 잡은 뒤 K스포츠재단에 사업을 맡기려 것으로 파악했다. 문체부 국과장 좌천과 마찬가지로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을 통해 우 전 수석을 움직였다는 게 검찰 판단이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유죄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혐의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문체부 국·과장 좌천 혐의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죄는 공무원 직무행위의 목적과 정당성, 상당성이 있었는지, 법령상 요건이 갖춰졌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과장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면 유죄 성립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전제로 재판부는 "세평 수집 방법이 위법 부당하거나 내용에 신빙성 없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세평) 내용과 같이 실제로 김 전 장관과 박민권 당시 문체부 1차관이 학연·지연 관계의 국·과장에 대한 특혜성 인사를 한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의 파벌문제와 인사특혜의 정상화를 위해 전보 조치를 요구했다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국정농단과 관련된 것인지, 최씨가 왜 김 전 2차관을 통해 관여하려 한 것인지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백 전 담당관을 좌천시킨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향응수수 등 개인비리가 드러나 그대로 직을 수행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보고 박 전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전보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K스포츠사업 부당 감찰 혐의에 대해서도 "민정수석실에서 사업 보조금이 적정하게 집행됐는지를 조사하는 게 법령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했다. 민정수석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는 취지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더블루K나 K스포츠재단을 이 사업에 참여시키려 한 것인지를 민정실에서 알았다고 볼 증거도 찾기 어렵다"며 최씨와의 연관성도 부인했다.

반면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이 공정위에 CJ E&M 고발을 종용한 혐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자신을 감찰하자 이를 방해한 혐의 △청와대 참모들과 회의를 갖고 국정농단 사태를 은폐하려 한 혐의 △국회 청문회에 무단 불출석한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중 CJ E&M 고발 종용 부분에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됐었다.

재판부는 이 같은 판단을 종합해 징역 2년6월로 형량을 정했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명백한 정황을 확인하고도 진상 은폐에 가담해 국가적 혼란 상태에 일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실제로 CJ E&M 고발이 이뤄지지는 않았고, 감찰과 관련해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자신의 비위를 덮을 의도로 방해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며 유리한 사정들도 참작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