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향적 행보에도 대출 만기 연장 안해준 GM…명분 쌓기일까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사진제공=뉴스1

미국 GM 본사가 만기가 임박한 한국GM의 차입금 회수를 보류하고 부평공장 담보 요구를 포기하면서 한국GM 지분 17.02%를 보유한 2대주주 KDB산업은행(산은)은 ‘당장 고비는 넘었다’는 표정이다. 다만 일각에선 GM의 잇단 전향적 조치가 정부와 협상 결렬을 대비한 ‘명분 쌓기’라는 의구심도 있다.

GM이 23일 열린 한국GM 이사회에서 이달 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의 회수를 일단 보류하고 차입금 만기 연장의 전제조건이었던 부평공장 담보 요구도 포기한데 대해 산은은 차입금 회수가 보류된 3월 말, 더 미뤄지면 4월까지 ‘시간을 벌었다’는 측면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표정이다.


우리 정부와 GM이 조속한 실사에 합의한 만큼 이르면 내달 초 한국GM에 대한 실사가 개시될 예정이고 실사에 적어도 2개월 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위기는 넘겼다는 평가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선 최근 GM의 전향적 행보가 향후 우리 정부와의 협상 결렬에 대비한 ‘명분 쌓기’일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산은이 제시한 실사 항목에 합의하고 채권 만기까지 실사 이후로 연장하는 행보가 일방적이었던 등 ‘군산공장 폐쇄’와 비교해 “예상 밖으로 협조적”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날 이사회에서 GM이 포기한 ‘부평공장 담보 요구’는 2015~16년에도 이사회에서 논의된 바 있는데 당시엔 GM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는 주총 특별 결의사항으로 85% 이상 지분의 찬성이 필요했는데 산은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는 지금도 같은 조건이다. 결국 부결될 수밖에 없는 안건이라 GM이 선제적으로 이사회에서 양보하는 포즈를 취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업계 한 관계자는 “GM의 ‘보여주기’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차입금 회수를 미루고 담보 요구까지 포기하는 등 ‘성의를 보였다’는 제스처 아니겠느냐”며 “또 다른 차입금 약 1조원의 만기가 오는 4월 초 돌아오고 공장 담보는 산은의 반대로 실현 가능성이 없는 탓에 실질적으로 GM이 실질적으로 양보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일사천리’처럼 보이는 실사 과정도 여전히 세부 내용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산은은 이날도 GM측과 구체적인 실사 항목, 요구 자료, 실사 시기 등을 두고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본격적인 실사가 개시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실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자료 요구를 둘러싸고 불거질 수 있는 갈등은 향후 GM의 행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GM이 이날 채권 회수를 보류했을 뿐 만기 추가 연장에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실사 과정에 따라 얼마든지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산은이 추천한 한국GM 사외이사들은 이날 이사회에서 GM 측의 ‘만기 연장’ 확약을 요구했지만 GM측은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실사 과정에서 GM측과 갈등이 불거지는 등 돌발 변수가 나타나면 GM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