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이스라엘 대사관, 5월 예루살렘으로 이전

머니투데이

배소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표에 이스라엘은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팔레스타인 등 아랍국가 뿐아니라 전세계 각국에서는 트럼프의 결정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사진=뉴스1

미국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오는 5월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오는 5월은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을 맞게 된다.

AFP통신과 미 의회전문지 더힐 등 외신에 따르면 헤어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 대사관 이전 후) 개관은 이스라엘 건립 70주년에 맞춰 진행할 것"이라며 "초기에는 예루살렘 아로나의 미 영사관으로 사용 중인 현대 건물을 대사관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미 정부는 새 장소를 물색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미 대사관 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박악관도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 역사적 발걸음을 내딛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5월 개관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하고 미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로 이전할 것이라 선포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나의 선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갈등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의 시작을 의미한다"며 "미국은 양쪽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평화 합의를 용의하게 만드는 것을 돕는 일에 계속 전념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은 이를 놓고 명백한 도발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팔레스타인은 미 대사관 이전 예정일인 5월14일을 '재앙의 날'이라고 분개했다. 이날은 70년 전인 1948년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한 날이다.

한편 예루살렘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모두의 성지로, 이 곳을 둘러싼 역사적 갈등도 오래됐다. 유엔은 1947년 예루살렘을 국제법상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지역으로 선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1967년 예루살렘 동부와 요르단 강서안 지구를 점령한 뒤 예루살렘을 자신들의 수도로 천명했다. 팔레스타인 역시 예루살렘 동부를 자신들의 미래 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이스라엘과 동맹임에도 예루살렘이 이스라엘 수도라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적 공존을 강조하는 '두 국가 해법'에 따라 양국 사이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로 친 이스라엘 보수표를 결집시켰다.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과거 같은 주장을 했지만 취임 후에는 공약을 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