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조 박철순의 회고 "난 불가능을 가능케하진 않았다"

“할 수 있으니까 한 것이다. (불사조라고 나를 부르지만)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 불사조는 아니다.”

프로야구 원년 스타인 박철순 선수(전 OB베어스)가 24일 오랜만에 팬들과 만나 꺼낸 말이다. 박 선수는 이날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 앞에서 진행된 ‘대한민국을 빛낸 스포츠 스타’ 토크 콘서트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 프로야구 리그에 진출했다 귀국해 1982년 OB베어스의 주전투수로 뛰면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22연승을 기록했고 페넌트레이스 MVP에 올랐던 박 선수는 이날 자신의 선수생활 등에 대해 담담하게 풀어냈다.

불사조로 신화처럼 여겨지는 그지만 그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때까지는 열등한 선수였다고 고백했다. 초등학교때 취미로 야구반으로 야구를 시작했고 고등학교 때까지 약하고 그저 그런 학생이었다는 것.

자신이 처음 부각된 것은 군대에 입대했던 시절인 1978년 성무팀(공군 야구팀)으로 최동원이 이끌던 모교 연세대와 붙어서 이겼던 것이 계기였다고 회고했다.

동양인 최초로 마이너리그긴 하지만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했다 돌아온 이유에 대해서는 "트리플A 진출 직전에 한국에 프로야구가 생겼고 짧은 시간 배운 거지만 배운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고 야구실력을 미국팬이 아닌 한국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2연승을 거두는 등 화려했던 시절보다 부상에서의 재활과 은퇴 전후의 어려움 등에 길게 설명했다. 원년인 1982년의 연투와 혹사로 부상을 당했고 이후로도 부상과 재활을 거듭했다는 것.

그때 미국에서 수술과 재활을 했는데 당시 주치의가 장애인 스티커를 줬고 귀국때는 휠체어를 탔다고도 했다. 휠체어 타고 퇴원하던 날 의사에게 ‘당신이 왜 걷는다, 못 걷는다 얘기하느냐. 내가 결정한다. 내가 다시 마운드에 올라와 당신을 초청하겠다고 했다’고 했고 이(경기장에 의사 초청)를 결국 이뤄냈다고도 술회했다.

그는 사회자(더공감마음학교 박상미 교수, 가수 우승민)들이 어려운 청년들에게 남겨줄 말이 없냐고 묻자 ‘참을 수 있는 걸 참는 건 참는게 아니다’라면서 “참을 수 없는 걸 참았으니까 다시 걸을 수 있었(고 오늘의 내가 있)다”는 말도 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박철순 선수와 대학 동기”라고 소개하며 “백호기 대회때 최동원의 연대를 꺾는 모습에 인상이 깊었다”고 회고했다. 또 주 관장은 “박 선수는 대학동기긴 하지만 인생의 스승과 같은 존재”라며 “전성기에 연승을 할 때도 아웃을 시킨 야수들에게 꼭 인사를 하더라”고 했고 “야수들을 격려해 주고 고마워해주는 모습을 보고 많이 감동했다”고 말했다.

박 선수는 이날 자리를 마감하면서 청년들에게 “노력하는 만큼 결과에 대해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무너졌을 때 넘어졌을 때 용감하게 빨리 일어나라고 말하고 싶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100여명의 팬들에게 둘러싸여 사인과 사진 촬영에 흔쾌히 응하면서 “건강한 모습으로 영원히 여러분들 기억 속에 남아있겠다”고 다짐했다.

왼쪽부터 박상미 교수, 박철순 선수, 가수 우승민. 24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박철순 선수의 선수시절 은퇴식에서 마운드에 키스하는 모습의 사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