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 추락 끝 이륙 준비

올해 1월 태국에 납품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H/사진=한국항공우주 홈페이지 캡쳐

한국항공우주 (49,200원 ▲150 +0.31%)산업(KAI) 투자자들에게 지난해는 최악의 시기였다. 한국항공우주의 방산비리 혐의 수사에 따른 KUH(수리온 헬기) 납품지연, 분식회계 논란 등이 잇따라 불거졌다. 강세장에서 오히려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속은 검게 탔다.


연말 주가는 4만7450원으로 연초(6만9000원)보다 30% 넘게 하락했다. 실적도 회사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씩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엿보인다.

실적이 드라마틱하게 개선되기는 어렵지만 더 이상의 리스크는 없고 해외수주 모멘텀 등 기대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추락했던 주가는 조금씩 회복되는 조짐인데, 증권가의 시각도 나쁘지는 않다.

◇대우중공업, 삼성테크윈, 현대우주항공 공동출자로 탄생한 독점적 방산업체

한국항공우주는 1999년 12월 설립된 방산업체다. 한국항공우주 설립 전에는 국내에 20여개 업체가 항공기 관련 사업을 펼쳐오고 있었다. 대표적인 업체는 1975년에 항공운수사업을 시작해 500MD헬기생산 및 제공호 사업의 기체생산 경험을 갖춘 대한항공이었다.


여기에 1978년에 시장에 참여해 제공호 엔진 및 KFP(전투기 국산화프로젝트)사업을 수행한 삼성테크윈, 1983년 사업개시후 선진국 항공기업체에 동체부품 등을 납품하고 KT-1사업을 수행한 대우중공업도 있었다.

그러나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를 계기로 중복, 과잉투자 정리가 필요해지자 대우중공업, 삼성테크윈, 현대우주항공 등 3사가 동일지분을 출자해 한국항공우주를 설립하게 됐다.

정부는 한국항공우주를 방산업체 및 항공기전문화업체로 지정해 국내 방산물량을 독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법적지위를 부여했다.

이후 한국항공우주는 한국형전투기(KF-16)와 국산기본훈련기(KT-1)를 시작으로 육군 경정찰헬기(KLH),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에어버스 A380 항공기 주날개 구조물 생산 수주, F-15K 날개 및 동체수출, 아파치공격용 헬기 동체수출계약, 해군해상초계기 사업계약업체 선정, 한국형 기동헬기 KHP, KUH(수리온) 개발 등의 성과를 이어갔다.

2011년 6월 코스피 상장 이후에는 확충된 자본을 토대로 국산 경공격기 FA-50 양산, 다목적 항공기 KT-1P 초도납품, KF-X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 항공기 정비사업(MRO) 전문업체 선정 등이 이어졌다.

설립 이후 채권단 출자전환과 현물출자, 코스피 상장 등이 이뤄지면서 지난해 9월말 현재 최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지분 26.41%)이 됐다. 국민연금과 블랙록 펀드, 한화테크윈 등은 각각 지분 7.38%, 6.50%, 6.00%를 보유한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2016년 실적은 매출액 2조9463억원에 영업이익 3200억원, 순이익 264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조387억원,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1971억원, 234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러한 실적 악화는 지난해 분식회계 논란이 발생한 여파로 금융감독원 감리조치와 함께 매출인식 기준 변경, 주요사업 리스크 일시반영 등 보수적인 회계처리가 이뤄진 결과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군수비리 수사가 이뤄지면서 정상적인 영업도 어려웠던 여파도 컸다.

한국항공우주가 시제기 제작을 추진중인 소형무장헬기(LAH) /사진=홈페이지 캡쳐

◇민수부문 선방에도 불구하고 방산, 완제기 수출추락

2016년 한국항공우주의 매출비중을 보면 방산·완제기 수출이 55%로 가장 크고 기체부품 및 민수 부문이 38%, 기타가 7% 가량이다. 방산의 경우 T-50 훈련기와 KF-X 한국형 전투기의 비중이 가장 큰 편이고 수리온이 다음을 차지한다. 기체부품·민수 부분은 보잉, 에어버스 등에 납품되는 것들이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실적을 보면 기체부품이나 민수 부문은 어느 정도 추세가 유지됐으나 방산과 완제기 수출부문의 실적이 급감하면서 큰 타격이 있었다. 방산과 완제기 매출비중은 지난해 3분기까지 41%로 크게 낮아졌다.

이처럼 지난해 터진 악재들과 실적을 보면 투자에 적합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최근에는 바닥을 찍고 반등하려는 모습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는 중이다.

지난해 10월 김조원 신임 대표이사 선임 후 흔들렸던 회사는 중심을 잡고 있으며 사업도 정상궤도로 진입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수리온 납품이 재개됐고 이라크 훈련기 수출사업 수금도 진행됐다.

첨단무기 개발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개발지연, 추가비용에 대해 사전에 협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수출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등 방산기업 우호적 정책변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한국항공우주는 올해 수주와 매출전망을 각각 2조6775억원, 2조4734억원으로 제시한 상태다. 지난해보다 수주는 42%, 매출은 21% 가량 증가한 수치다.

의무후송헬기 등 군수사업에서 약 4000억원, APT사업·보츠와나 등 완제기수출사업에서 1조원, 기체부품 1조3000억원을 수주할 계획인데 무리한 수치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매출 전망치 역시 달성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외형성장은 크지 않으나 수리온 납품재개, KFX(한국형 전투기) 사업매출 증가로 수익성은 회복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아울러 올해 신규수주가 이뤄지면 2019년부터는 가파른 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

◇재이륙 준비하는 한국항공우주…올해 신규채용 700명. 美조립라인도 강화

회사가 최근 부쩍 자신감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게는 긍정적인 소식이다. 한국항공우주는 올해 700명을 신규채용할 계획이다. 미국 고등훈련기 대체사업(APT)에서 수주가 유력하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다.

APT는 미공군에서 운영중인 훈련기 350대 교체사업(17조원)으로 시작하지만 추후 해군, 육군 등으로 확대되면 추가 650대의 수주를 기대할 수 있다. 원가 우위와 성능 안정성을 내세운 록히드 마틴-한국항공우주 컨소시엄과 신형모델의 장점을 앞세운 보잉-사브 컨소시엄이 경쟁하는 구도로 5~6월 우선협상자가 선정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록히드마틴-한국항공우주 컨소시엄의 훈련 전투기를 쓰게 되면 미국의 우방국가도 이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간접적인 후방수요까지 감안할 경우 APT 총 사업규모가 100조원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국항공우주는 현재 미국 현지공장에서도 채용확대를 비롯한 생산라인 강화를 추진하는 중이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수리온 헬기는 지금까지 불거졌던 각종 문제들에 대한 최종검증을 미국에서 하고 있으며, 6월안에 최종검증이 끝나면 더 이상 납품의 리스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실적전망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보수적 회계처리 적용에 따른 대규모 손실분 중 일부는 환입도 가능할 전망이다. 실적은 지난해 바닥을 찍었고 더 이상의 추락은 없다. 올해는 다시 부상할 일만 남았다는 얘기다.

한국항공우주는 27일부터 홍콩에서 NH투자증권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한국기업 공동 IR(기업설명회)에 참여해 경영현황을 알릴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소규모 NDR(논딜로드쇼)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