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지리차, 이번엔 벤츠의 '다임러' 1대주주로… IT 공룡과 붙는다

24일(현지시간) 리수푸 중국 저장지리홀딩그룹 회장이 독일 다임러AG 지분 9.7%를 73억유로(약 9조7000억원)에 공개 매수했다고 밝혔다. /AFPBBNews=뉴스1

볼보, 로터스, 프로톤에 이어 이번에는 다임러다. 2010년 이후 해외 유수의 자동차업체를 인수해온 중국 지리자동차가 독일 다임러 최대주주가 됐다. 최근 빠르게 사업을 확장 중인 테슬라와 알파벳(구글 모회사) 등 IT 공룡들에 맞서 기존 자동차업체의 역량을 모으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


24일(현지시간) 중국 저장지리(浙江吉利)홀딩그룹은 다임러AG 지분 9.7%를 73억유로(약 9조7000억원)에 공개 매수했다고 발표했다. 지리차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이 해외 자동차업체에 투자한 사례로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가 애플, 알파벳, 아마존 등의 미래차 굴기에 맞선 동맹이라고 분석했다. 리수푸 지리차 회장도 "21세기 자동차 시장 경쟁자는 기존 업계에 속한 기업들이 아니다"라며 "기존 자동차업체 중 그 어느 곳도 독자적으로는 외부 업체들과의 기술 경쟁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투자 배경을 밝혔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지리차가 경영권 확보보다는 전기차 핵심 기술인 배터리와 무인자동차용 초고속 인터넷 연결망 등을 중심으로 한 기술 동맹에 주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 내 친환경차 유통망을 늘리고 있는 다임러로서도 솔깃한 제안이지만, 베이징자동차(BAIC)그룹과의 기존 협력 관계가 변수라고 분석했다. 다임러는 2022년까지 10종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도입하겠다고 지난해 밝힌 바 있다.

2016년 10월 독일 베를린에서 지리자동차 브랜드인 '링크앤코' 차량이 소개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지리차는 20여년 된 신생 자동차회사다. 리 회장은 1986년 중국 저장성에서 에어컨 및 냉장고 부품업체 지리창업을 운영하다가 1997년 국유기업인 지리차를 인수했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중저가 자동차를 생산하던 지리차는 이제 명실공히 중국 3대 자동차 제조업체로서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2010년부터 해외 자동차업체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M&A(인수합병)과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면서 기술력을 쌓았다. 2009년 세계 2위 자동변속기 제조사인 호주 DSI를 시작으로 2010년 8월에는 스웨덴 볼보 고급승용차 부문 지분 100%를 인수했다. 2013년에는 영국 택시 제조업체 MBH 지분을 사들였고 이듬해에는 전기차업체 에메랄드 오토모티브를 인수했다.

지난해에도 굵직한 거래를 여러 건 진행했다. 5월에는 말레이시아 '국민차' 업체 프로톤 지분 49.9%와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 지분 51%를, 7월에는 미국 플라잉카(비행자동차) 스타트업인 테라푸지아(Terrafugia)를, 12월에는 볼보 상용차 부문인 볼보AB 지분 8.2%(의결권 15.6%)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기존 업체를 중심으로 몸집을 불려 뛰어난 부품력과 촘촘한 유통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IT기업의 혁신 DNA도 이식하고 있다. 2015년에는 우버와 유사한 차량호출서비스인 '차오차오'(CAOCAO)에 10억위안(약 1703억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면서 첫 IT 서비스 플랫폼 사업을 실시했다. 차오차오가 연결하는 차량은 100% 지리자동차이다. 제조업체로서의 강점을 차량공유 서비스 플랫폼에 더해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이다. 차오차오는 설립 2년 만에 기업가치가 100억위안(1조700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