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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車가 팔리지 않았다

광화문 머니투데이 강기택 경제부장 |입력 : 2018.02.26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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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은 대우자동차가 아니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의 주채권은행이 아니다. 한국GM은 GM이 최대주주인 외국계 기업이고 산은은 지분 17.2%를 보유한 2대주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부가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를 선언한 GM의 지원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건 최소 15만개 넘는 한국GM과 협력사의 일자리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게다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정치권은 한국GM 공장이 위치한 지역의 표심을 헤아려야 한다. 민주노총은 금속노조의 핵심 중 하나인 한국GM지부를 저버릴 수 없다. GM은 정치·경제적 지형을 샅샅이 읽고 압박한다. 정부의 협상력은 그만큼 떨어진다. 더욱이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무부처를 맡았다. 조선업처럼 이른바 ‘산업논리’로 푼다는 의미지만 대우차가 아닌 다국적 자본 GM의 구조조정에서 산업부가 할 일은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 외엔 없다.

일련의 과정에서 어떤 이들은 정부나 산은의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며 습관처럼 정부나 산은 탓을 한다. 정부나 산은이 20%도 안 되는 지분으로 대주주의 의사결정을 온전히 견제할 수는 없다. 이런 비판은 부차적인 것이며, 본질을 가리는 것이다.

한국GM 부실의 근본적인 문제는 ‘차가 안 팔렸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한때 10% 넘던 한국GM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7%대로 떨어졌다. 2013년 GM이 유럽에서 ‘쉐보레’ 판매를 접으면서 한국GM의 수출도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 한국GM은 군산공장에서 만든 ‘크루즈’를 국산 동급차종에 비해 비싸게 가격을 매겨 시장을 잃었다. GM은 비용은 높고 생산성은 떨어지는 한국GM 공장에 대체물량을 주길 꺼렸다.

GM이 연구·개발비와 업무추진비, 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가져가고 빌려준 돈의 이자도 높게 받아 한국GM을 껍데기로 만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물론 정부와 산은이 실사 과정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이 생산공장의 이익을 빼가는 건 관행이다. 본사 이익이 우선이며 그 때문에 이전가격 논란도 종종 생긴다. 그렇다고 모든 공장이 문을 닫는 것은 아니다. 차가 안 팔려 생긴 문제는 차가 잘 팔리면 풀린다. GM과 한국GM의 경영진과 노조는 차가 안 팔리게 된 요인을 찾고 자신들의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고비용 구조 때문이었든, 돈 되는 신차를 배정 안 했든 그 원인이 정부나 산은 등 외부에 있지는 않다.'

역시 외국계 기업인 르노삼성은 2011~2012년 경영난을 겪었지만 르노그룹의 회생계획과 노조의 양보로 위기를 넘겼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생산성 순위는 2012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공장 중 18위였지만 2016년 4위가 됐다. 올해 사상 최대 판매목표도 세웠다. 정부가 세제혜택을 주고 산은이 돈을 투입한들 GM과 한국GM의 경영진, 노조 등 직접적 당사자가 계속 불화하거나 르노삼성처럼 지속가능한 생존의 방법을 찾지 못하면 수년 안에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다.

[광화문]車가 팔리지 않았다
치킨이 팔리지 않는 치킨가게는 정부가 도와준다고 살아나지 않으며 차가 팔리지 않는 자동차회사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내세운 원칙에 맞지 않는데 정무적 판단으로 지원하는 것은 피하고 당장의 연명보다 고용충격, 공장활용 등 언젠가 닥쳐올 GM의 철수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이든 유럽이든 간에 차가 팔리지 않는 시장에서 GM이 버틸 재간은 없고 유감스럽게도 한국GM의 소유권은 한국에 있지 않고 산은의 지분율로는 GM의 글로벌전략이나 경영방식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강기택
강기택 acekang@mt.co.kr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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