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올림픽] ⑧최고의 행운. 최악의 불운 선수들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 심석희와 최민정이 여자 1000m 결승에서 넘어지는 불운을 겪었다.(위) 임효준이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 경기를 마치고 아쉬워하고 있다. /강릉(강원)=김창현 기자

스포츠에서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가장 큰 변수는 '운'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이 피나는 노력과 수많은 땀방울을 흘렸지만, 모든 선수에게 행운이 함께한 것은 아니다.

쇼트트랙은 변수가 큰 종목 특성상 많은 행운과 불운의 순간이 있었다. 쇼트트랙 최강국 한국도 불운을 피할 수 없었다. 남녀 대표팀 모두 넘어져서 탈락하는 불운이 계속됐다. 황대헌은 각각 세계랭킹 1위와 2위에 올라있는 주 종목 남자 1500m와 1000m경기에서 잇달아 넘어지며 실격됐다.


심석희는 랭킹 2위인 주 종목 1500m 예선에서 넘어져 탈락했다. 여자 1000m 세계 랭킹 각각 1위와 3위인 최민정과 심석희는 결승에서 서로 부딪히며 탈락해 충격을 안겼다. 남자 5000m 계주에서는 임효준이 넘어지면서 가장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류 샤오린 산도르(헝가리)가 경기를 끝낸 직후 연인 엘리스 크리스티(영국)을 업고 시상대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로이터)

여자 쇼트트랙 한국팀의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던 영국의 엘리스 크리스티는 이번 대회 최악의 불운을 만났다. 크리스티는 500m에서 결승까지 올랐지만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넘어져 4위에 그쳤다. 1500m도 넘어져 실격 판정을 받았고, 발목 부상까지 당했다.

크리스티는 부상을 뒤로 하고 1000m에 출전했으나 또 다시 넘어져 재경기를 했다. 하지만 재경기에서 손과 팔꿈치 등을 이용한 위험한 반칙을 수차례 하면서 '옐로카드'를 받고 실격됐다. 크리스티는 2014 소치 대회에서도 출전했던 세 종목에서 모두 실격 판정을 받으면서 유로스포츠 설문 조사 결과 가장 불운했던 선수로 꼽힌 바 있다.


크리스티의 연인인 헝가리 쇼트트랙 남자 대표 류 샤오린은 불운부터 행운까지 모두 겪었다. 1000m 세계 랭킹 1위인 샤오린은 결승전에서 넘어져 실격되는 불운을 겪었다. 하지만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에서 미국·일본이 넘어지는 사이 2위로 올라 결승에 진출한 데 이어 결승에서도 뜻밖의 금메달을 따며 헝가리에 동계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기는 영광을 안았다.

네덜란드 여자 계주팀은 파이널B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이번 대회를 5위로 마감하는 듯 했다. 하지만 결승에서 2·4위로 들어온 캐나다가 실격 판정을 받으면서 네덜란드가 행운의 동메달을 차지했다. /평창=김창현 기자

불운의 순간이 잇따른 쇼트트랙에서 행운의 메달을 따낸 팀도 있다. 3000m 계주 결승 진출에 실패한 네덜란드 여자 계주팀은 파이널B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이번 대회를 5위로 마감하는 듯했다. 하지만 결승에서 2·4위로 들어온 캐나다가 실격 판정을 받으면서 네덜란드가 행운의 동메달을 차지했다.

스웨덴의 알파인스키 선수 안드레 뮈레르(35)는 4번째 올림픽 만에 행운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알파인스키 회전 랭킹 3위 뮈레르는 랭킹 1위인 '스키 황제' 마르셀 히르셔(오스트리아)와 2위 헨리크 크리스토페르센(노르웨이)에 밀려 우승 후보로 언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 22일 회전 경기에서 히르셔와 크리스토페르센이 실격되면서 스웨덴 최고령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남자 회전 최고령 메달리스트라는 기록을 남겼다.

겨울방학에 올림픽에 출전했다가 얼떨결에 메달을 딴 16살 행운의 선수도 있다. 뉴질랜드의 스키 하이파이프 국가대표 니코 포티어스(16)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10위를 기록한 유망주였으나 메달이 기대되는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에서 실수 없이 완벽한 묘기를 선보인 포티어스는 예상치 못한 높은 점수를 받으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